(시) 안식 안식 /성갑숙 -가마실 연가 52 성지산 밑 정각사에 어머니 모셔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서성이는데 무념무상 뜰 아래 뒹굴던 갈잎은 다 내려놓고 쉴만한 곳이라고 다독이기도 하는데 무념도 초월해야 한다며 태풍 맞아 허리 꺾인 고목나무 곁으로 글성글성 배웅 나오시던 법광스님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11.04
(조시) 어머니, 천상에 들림 받기를 소원하며 (조시) 어머니, 천상에 들림 받기를 소원하며 /성갑숙 어머니! 나의 어머니! 가마실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오늘 이시간 우리들은 당신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아! 당신의 탯자리가 있는 응달용석이여! 애통하여라 가마실 평동이여! 토옥골짝이여! 선창들이여! 춘하추동 논밭에 엎디어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10.27
(시) 설악산 밑 일박 / 성갑숙 설악산 밑 일박 / 성갑숙 새벽 네시 민박집에서 눈을 떴다 당일 대청봉을 밟고 내려가려면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항상 남편이던 사람이 설악 밑에서 서너 시간 눈 붙인 사이 내편이 되었는지 전기밥솥에서 밥을 꾹꾹 퍼 담는다 남쪽 끝자락에서 종일거리 꿈에 그리던 눈 덮인 산 밑에서..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8.29
(시) 강가에서 강가에서/ 성갑숙 여린 물줄기 끼리 손잡고 그냥 흘러 보세나 모래알 같은 사연 늘어놓거든 그 자리가 네 자리라며 쓸어 내려주고 몸 부딪기 싫다 모난 돌 막아서거든 슬쩍 뜀뛰어 넘어도 보고 또 어쩌다가 넘어서기 버거운 돌멩이 만나면 멀리서부터 도움닫기 해 보고 그러다가 키를 넘..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7.18
(시) 결혼 앞둔 딸에게 딸에게 詩 ・ 엄마 성갑숙 유월이라 푸르른 날 인연 맺어 길나서는 딸아, 너의 발걸음 위에 고운바람 휘감아드니 대지 위로 초록숨결 일렁이누나 혹여, 그 숨결 과하여 풍랑일거든 현숙한 딸아, 엄마를 닮지 말고 하늘 저편, 바다 이편, 곁의 남편까지 모두 너의 편으로 품을 줄 아는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6.12
(시) 배꼽이 아프다 배꼽이 아프다 / 성갑숙 요며칠 배꼽이 아리다 허리끈 헐거움 먼저 알아 울상 짓다가도 때로 두둑한 배짱 내밀어 동네방네 벌렁벌렁 헤집기도 먼저 하던 배꼽이 자꾸 아프다 할머니처럼 나잇살로 처져가는 뱃가죽을 들여다 본 의사는 살점을 도려내야 된다고 내게 배꼽을 준 어머니도 이..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5.28
(시) 바람, 잠재우지 못하는 순천왜성 /성갑숙 바람, 잠재우지 못하는 순천왜성 시●낭송 / 성갑숙 보라 첩첩첩 둘러싸인 성곽 따라 바람은 바람과 부딪고 박힌 돌은 굴러온 돌과 이마를 부딪는구나 백제국 사신 따라 돛을 밀던 순풍아 파도에 살을 베었느냐 망망대해 사람이 고팠느냐 정유년 객을 들여 열두 문루 불 밝히고 무엇을 지..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3.06
(시) 영화마을에서 영화마을에서 영화마을에서/ 성갑숙 가을날 예향천리마실길 내려서며 치열했던 엑스트라의 삶을 편집한다 타들어가는 축령산 기슭을 배경삼아 짐조차 내던지고 썬라이트 받는 주인공 되어 울퉁불퉁 돌멩이길 툭툭 차며 해찰도 부려보고 굽이진 길 곧은 나무 한껏 품었다 밀었다 앙탈도..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2.11
(시)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 성갑숙 흐벅지게 눈 내리는 날은 등짐 챙겨 훌쩍 나서 볼일이다 명산 아니면 어떠랴 앞선 발자국 덮여 길 없으면 또 어떠랴 생에 첫걸음 내딛듯 그냥 올라 볼일이다 칼바람 스치는 등성이에서 붙박이로 살아낸 겨울나목 만나거든 어설피 눈길 주어 고행을 막지..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01.26
[제25회 시화전 원고] 꿈의 정원/ 성갑숙 詩 꿈의 정원 / 순천 성갑숙 동천으로 해 오르면 그대 오소서 소망의 언덕 위로 꽃향기 저리 곱고 따스한 햇살 사운대는 오솔길 따라 속삭이는 바람소리 향그럽나니 우리 작은 꿈동산 가꾸어 보오 갈대숲 샛강으로 달 오르면 오소서 지나친 길이 너무 멀어 아득한데도 저문 숲은 손 내밀..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