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성갑숙
여린 물줄기
끼리 손잡고 그냥 흘러 보세나
모래알 같은 사연 늘어놓거든
그 자리가 네 자리라며 쓸어 내려주고
몸 부딪기 싫다 모난 돌 막아서거든
슬쩍 뜀뛰어 넘어도 보고
또 어쩌다가 넘어서기 버거운 돌멩이 만나면
멀리서부터 도움닫기 해 보고
그러다가 키를 넘는 바위덩이 버티거든
옆구리 휘돌아 아는 듯 모르는 듯 지나쳐도 보세나
여기가 끝이려니 소용돌이 휘말리지 마세나
엄동 들이치면 때 늦으리
이도 저도 못하게 엉겨 붙어
용신 못할 더한 고통 닥칠 것이니
눈을 들어 너른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두 팔 훠이훠이 저어며 지쳐 가세나
내 몸 내 맘대로 구를 수 없는 큰 물 되고 나서
시퍼런 그리움 몸부림 칠 때
우리 돌아가고픈 그곳 찾을 것이니
부대끼며 생채기 내던 그 작은 강가 식구들
그 목소리 그 몸짓 눈에 밟혀서
바다 건너 산을 넘고 하늘 넘어
굽이굽이 떠돌다 다시 돌아와
시리도록 눈 맞추고 두 손 맞잡아
어제 본 듯 말간 얼굴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 돌아갈 곳 청강으로 남겨두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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