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강가에서

가마실 / 설인 2013. 7. 18. 19:17

강가에서/ 성갑숙

 

여린 물줄기

끼리 손잡고 그냥 흘러 보세나

모래알 같은 사연 늘어놓거든

그 자리가 네 자리라며 쓸어 내려주고 

몸 부딪기 싫다 모난 돌 막아서거든

슬쩍 뜀뛰어 넘어도 보고

또 어쩌다가 넘어서기 버거운 돌멩이 만나면

멀리서부터 도움닫기 해 보고

그러다가 키를 넘는 바위덩이 버티거든

옆구리 휘돌아 아는 듯 모르는 듯 지나쳐도 보세나

 

여기가 끝이려니 소용돌이 휘말리지 마세나

엄동 들이치면 때 늦으리

이도 저도 못하게 엉겨 붙어

용신 못할 더한 고통 닥칠 것이니

눈을 들어 너른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두 팔 훠이훠이 저어며 지쳐 가세나

 

내 몸 내 맘대로 구를 수 없는 큰 물 되고 나서

시퍼런 그리움 몸부림 칠 때

우리 돌아가고픈 그곳 찾을 것이니

부대끼며 생채기 내던 그 작은 강가 식구들

그 목소리 그 몸짓 눈에 밟혀서

바다 건너 산을 넘고 하늘 넘어

굽이굽이 떠돌다 다시 돌아와

시리도록 눈 맞추고 두 손 맞잡아

어제 본 듯 말간 얼굴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 돌아갈 곳 청강으로 남겨두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