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동 연리지 / 성갑숙 서동 연리지/ 성갑숙 같이 감밭 가는 마을 초입 꽁꽁 몸 부둥킨 연인이여! 바람 불면 바람부는 대로 잎 지면 잎 지는 대로 벼랑 끝이 세상 끝일지라도 선 채로 천년을 사를지라도 늙음을 모르는 해와 달도 저녁노을로 얼굴 붉히누나 아름다워라 귓불 바알갛게 타오르는 뜨거운 입..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9.11.26
손녀 채하야 채하彩河야 /성갑숙 너를 감싼 고운 빛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무량사 산신각 오르는 길 작은 개울에 비친 진초록 이파리에서 시작됐을까 금강산에 있다는 채하봉 골짜기 순백의 폭포수에서 시작됐을까 너의 강은 끝없이 흐르겠지 그러다가 예쁜 조약돌 만나면 반짝반짝이다가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9.06.25
(시)그 사람, 민중의 지팡이/ 성갑숙 그 사람, 민중의 지팡이 -정년퇴직 즈음하여 / 성갑숙 나는 당신을 잘 몰랐습니다 새벽녘 벗어두고 간 땀내 나는 정복의 행적을 조금 짐작했을 뿐 나는 당신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문득 광영 파출소 앞마당으로 들어 뜨거웠던 여름날, 송엽국 그 묵은 줄기 사이로 제 몸을 힘껏 밀어올..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8.10.26
찻집 가는 길 찻집 가는 길 내 일터의 오후 스케줄에는 스무 걸음 문 밖 외출이 있다 건강지킴이 만보기를 벗어두고 가로수 그늘 짙은 장미화원을 지나 세줄 로스터리 찻집 향하는 길 센티멘털 스무 살이다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8.08.18
얘야, 출산한 딸아 얘야, 출산한 딸아 / 성갑숙 일찍이 너를 향한 절절함을 말할 수 없었니라 언젠가 어머니 향한 글을 어설피 풀어놓으면서 위대함이라든가 뭐 그런 것으로도 상쇄될 수 없는 그 어떤 고통이 있었기에 다시는 내 딸이 어미가 된다고 해도 다시는 글 쓰지 않으리라 했니라 얼음장 밑..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7.02.13
소원아 소원아 / 성갑숙 아야소피아 박물관 2층으로 계단을 오르다 땀 흘리는 기둥 앞에 서서 이 시대의 여인들이 여인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가 그러하듯 간절했단다 천국으로 드는 대리석문 안으로 세기를 넘나든 모자이크화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마리아가 그러하듯 간절했단다 쪼고만 소망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7.02.08
(시) 노시인과 대추 노시인과 대추 / 성갑숙 껍질이 조골조골한 대추를 폭폭 삶았다 고운 채에 거르고 거른, 진한 육즙 한 모금 마른 대추 껍질 손으로 쓴 노시인의 시맛이다 시가 이토록 달기까지 얼마나 고았을까 햇볕에 달빛에 별빛에 나무의 물관까지 졸이고 졸인 얇은 시집 속, 흑백 프로필사진은 겨우살..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6.10.26
(기행시) 부비부비 사는 콩돌 부비부비 사는 콩돌/ 성갑숙 백령도 해변 오천년 파도소리 들으며 콩알 돌멩이들 엎디어 살아요 바람 불어 콩알 되고 불꽃 일어 콩알 되고 산천을 뒤흔드는 천둥소리는 국적도 버리고 싶더니만요 태생인걸요 한 몸에서 떨어져 나온 바윗덩이가 부딪고 부대끼며 둥굴게 살아내기 끝까지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6.10.21
비촌리 서정 비촌리 서정 / 성갑숙 운동산을 에두르고 골짜기마다 태곳적 숨소리 도란도란 낮은 토담 새 동네 하늘 땅 물이 맑아 산책로 솟대 솟대 비상을 꿈꾼다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