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앞에 선 여자 (기행시) 폭포 앞에 선 여자 / 성갑숙 우물 안 개구리로 안 보고, 안 쓰고 살다보니 속엣 것, 다 제것인 줄 알았다 어깨 힘 남았을 때 한 두레박식 퍼내어 식속들 목 축여 건사하면 그런대로 인정 받고 사는 줄 알았다 101배 넓은 나라 캐나다, 시작도 끝도 없는 폭포 앞에서야 속엣 것, 다 부..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4.10.05
꽃도둑님 올 봄부터 집앞 화단을 꾸며보았다.지인들이 아끼던 식물을 하나 둘 나누어준 것도 있지만 뒷산 오솔길 발치에 밟히던 야생초도 있다. 지나던 객이 걸음 멈추고 무한정 사랑해 준 덕인지 근처 유치원에서 마실나온 꼬맹이들 어루만짐 덕분인지 물만 먹고도 팔을 쭉쭉 뻗어주었는데 오늘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4.09.22
(추모시) 영원으로 부터 자유로워라 (순천불교사암연합회 추모법회 낭독시) 영원으로 부터 자유로워라 시*낭독 / 성갑숙 몹시도 잔인한 4월, 어느 날 ‘괜찮다’는 말 한마디 남겨놓고 그대, 먼 길 떠나시었네 검푸른 바다, 침묵하는 바다 향해 가슴을 치며 통곡하여도 그대, 영문도 모른 채 떠나시었네 복사꽃 고운 얼굴에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4.06.07
느랭이골 느림보야 느랭이골 느림보야/ 성갑숙 솔바람 앞세우고 느랭이골 오르다 정거장에서 너를 만난다 이제 등짐을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너를 외면한 것은 오랜 기억 속, 그 길로 든 듯했기 때문이다 오라버니는 이야기 오솔길에 쉴 의자 비워두고 애타게 기다리는데 어쩌자고 먼 길 돌아 빗장을 열지..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4.06.06
늘푸른 나무여 늘푸른 나무여 / 성갑숙 적막강산 엎디어 살고자니 스치듯 들려준 바람소리 세상 향한 귀를 열고 너의 일으킴으로 나는 이렇게 서 있다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12.26
(시) 기부 받은 붓꽃향기 기부 받은 붓꽃향기 -성갑숙 붓꽃, 여섯 꽃잎 중에는 곧추서지 못하고 옆으로 누운 잎도 있지요 그러나 함께 웃어야 꽃을 피웠다고 하지요 순천장애인자립센터, 붓꽃향기 머금은 전화를 받고 나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봄날 아지랑이 같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몽글몽글 그 무엇이 시도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12.12
(시) 충무 김밥 충무 김밥/성갑숙 옆구리 터진 김밥처럼낭패를 보지 않은 사람은그 맛을 모르리 밥 따로 찬 따로 떠내기로 살다가 무심심한 맨밥말이 허리깨로차악 감겨드는 오징어회무침 충무에서 따로따로 만나 뜨겁게 해후해 보지않은 사람은진정 그 맛을 모르리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11.29
(시) 간갈치 토막 간 갈치 토막 / 성갑숙 읍내 장날은 생선을 사야했지요 산골에서 비린내 나는 갈치는 칼칼이 씻기도 아까워희디흰 소금을 수의 덮듯 소금독에 묻어두고 끼니때마다 아궁이를 들여다보고는 매운 연기 눈물 꽤나 쏟으셨지요 부산 영락공원 화장장 아궁이 불 만큼 매웁기야 했을까마는 중간..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