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을에서
영화마을에서/ 성갑숙
가을날 예향천리마실길 내려서며
치열했던 엑스트라의 삶을 편집한다
타들어가는 축령산 기슭을 배경삼아
짐조차 내던지고
썬라이트 받는 주인공 되어
울퉁불퉁 돌멩이길 툭툭 차며
해찰도 부려보고
굽이진 길 곧은 나무
한껏 품었다 밀었다 앙탈도 부려보고
누릴 수 있는 만큼
가질 수 있는 만큼
놓여날 수 있는 만큼
마을 초입 옹기 가득한집 굴뚝으로
어느 퇴역배우 한숨처럼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문득 걸음을 멈추어 돌아보니
농익은 가을 들판으로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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