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조시) 어머니, 천상에 들림 받기를 소원하며

가마실 / 설인 2013. 10. 27. 21:25

(조시)

어머니, 천상에 들림 받기를 소원하며

/성갑숙

 

 

어머니! 나의 어머니!

가마실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오늘 이시간 우리들은 당신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아! 당신의 탯자리가 있는 응달용석이여!

애통하여라

가마실 평동이여! 토옥골짝이여! 선창들이여!

춘하추동 논밭에 엎디어 손톱 발톱을 내어준

당신의 딸, 당신의 며느리와 이제 하직하는 날,

큰 소리로 울어라

하늘이여! 땅이여! 목 놓아 울어라.

 

매운 그 시절,

이 땅에 전운이 감돌아 피바람 몰아쳐도

가난한 집안 시어른 봉양 소홀치 않았으며

성씨 집성촌 가마실 안팎 대소사 처리함에 있어

보족함 없이 살아내신 맏며느리여!

육남매 나름 키워 제 갈길 보내기까지

그 갈길 보내놓고도 애닳파라 고달파라

서러운 딸다섯, 바람 앞에 등불같은 아들 하나

그 어머니 자리, 잘 지켜내셨습니다.

 

세상 것 찰나 것

우리들의 삶 너나없이 한길로 통한다면

우리 지금 이별 잠시라 마음 놓습니다만

 

두려워라! 이제 당신 없는 하늘 아래

갖은 세파 들이 칠 때 일러바칠 가슴없어 두려워라

‘엄마’하고 부르면 대답해 줄 사람없어 서러워라

 

그러나 어머니,

오늘 이후 이 슬픔 다시 일으켜 세우지 않겠습니다

이 허탈함 젖어 살지않겠습니다

척박한 모래밭이라도 나무 심어 그늘 만들고

태산 같은 빙산 녹여 옥토 만들어 살아가겠습니다

검부적같은 이 땅의 삶, 고단했던 이 땅의 삶

이제 모두 내려놓으시고 부디 아픔없는 곳에서

고이 잠드소서, 고이 영면하소서.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어리석은 저희들은 잘 모릅니다

그냥 두려울 뿐입니다.

당신을 우리곁에 묶어두지 못하고 보내야한다는,

당신을 잃는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믿고 싶습니다.

그 길 끝에서는 이생의 고단함을 쉬게 할 수 있는 곳이라.

그래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잘 가십시오. 수고 많았습니다. 엄마!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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