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책이요 참 詩 주책이요 참 /성갑숙 달거리도 끈기고 갱년기 증상도 잦아들었지요 거멍 머리가 백두산 꼭대기 닮아간다고 하니 이참에 그 백두산 한 번 만나보려고 하오 시방, 인천여객선터미널에서 낯선 배에 올랐구만요 그런데 속이 자꾸 울렁거리오 여기서는 구역질도 하지 말아야하오 소문 나..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8.30
(시) 우리나라 돈이 펄럭인다 우리나라 돈이 펄럭인다 / 성갑숙 여름날 압록강변 424년간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에는 무용총 벽화도 펄럭이고 호태왕 비문도 펄럭인다 한국에서 달려온 문인들 이마에 비지땀 말리던 부채 장수가 외친다 -우리나라 돈 오천원! -우리나라 돈 오천원! 자칭 강감찬 후손 그 장수 손에 한국..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8.26
(시) 고산화원 고산화원 / 성갑숙 오를 때 못 보았다 서파로 오르는 백두산 1441계단 아래 범꼬리 매발톱 박새 곰취 만병초 구철초 꽃 꽃 꽃 만주 벌 매운바람에도 여린 어깨 겯고 의지하며 반만년 살아낸 야생화 군락 산 아래서 몸 낮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고품화원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8.23
(시) 후이펑 호텔 코드 후이펑 호텔 코드 성갑숙 새벽 1시에 들어선 길림성 후이펑 호텔 8016호실 휴대폰 배터리 충전 위해 사방 벽을 더듬었으나 도무지 코드가 맞지않다 전자사전까지 먹어버린 휴대폰을 들고 1층 카운터 그녀에게 눈웃음을 보냈다 공손한 손에 들린 방전폰은 카운터 모서리에서 쉽게도 접속했..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8.23
(시) 꽃비 내리는 단동을 뒤로하고 / 성갑숙 꽃비 내리는 단동을 뒤로하고 / 성갑숙 이제 떠나야 합니다 압록강은 세월 앞세워 쉼 없이 흘러흘러 우리를 또 갈라놓습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매몰차게 돌아앉은 당신 탓하지 않으렵니다 오늘 쏟은 우리의 눈물 옛 고구려땅 꽃비 되어 대대손손 내려줄 옥토 되오니 압록강 선상에서..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8.22
(시) 선몽先夢 /성갑숙 선몽先夢 / 성갑숙 꿈을 꾸었어요 북녘하늘 먹장구름 걷히고 당신, 부르는 소리 있어 채비를 서둘렀어요 인편에 건넨 서신에는 흑백 추억 스멀대는 지름길 마다하고 푸른 바다 건너 돌아돌아 훠이훠이 오랍시니 광목저고리 섶에 새긴 이름 장백인지 백두인지 찾아 일점 풍경 속으로 뛰어..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8.13
(시)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 성갑숙 솔밭쉼터 그물망 닭장 안 삼복이 지났으나 식구는 그대로다 놓아기른 토종닭 보양식은 여름 내내 사람들의 식은땀을 빼냈고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눈두덩을 닦으며 그물망 안 수탉에게서 기(氣)를 받아 돌아갔다 이후로 벼슬이 좋은 수탉은 암탉 등짝에 털을 반..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7.13
(시) 천년 송/ 성갑숙 천년 송 / 성갑숙 와운 언덕 구름 띠로 천년 묶인 할머니 송松 할아버지 송松 하 세월 사이사이 송화가루 날리어 골짜기마다 노래 소리 울울창창하다가도 더러 벼랑 끝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밤잠 뒤척였지요 이즈음 아슴잖게 올라오는 황혼이혼이란 유행가는 귀 너머 흘리시고 20미..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6.24
(시) 와운마을 천년송처럼 와운마을 천년송처럼/ 성갑숙 그림자 잡지못할 거리에서 한발짝 요동없이 바라고 섰구려 또 천년 혼이라도 좋으니 훠얼훨 날아와 구름 더불어 휘감아 보오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6.24
(기행시) 문패 문패 성갑숙 저지예술인의 마을에 들러 구멍 숭숭 난 대문 낮은 담장 안을 기웃거리다가 한갓진 모퉁이 빈 집터에서 문패 하나를 주워 올렸다 덧칠된 금박 치장 긁어내고 구멍 숭숭 내어 들고는 다리 아프도록 골목골목 돌다가 그냥 훌쭉한 배낭에 슬쩍 집어넣고 배를 탔다 그 섬에서는 .. 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201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