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 성갑숙
흐벅지게 눈 내리는 날은
등짐 챙겨 훌쩍 나서 볼일이다
명산 아니면 어떠랴
앞선 발자국 덮여 길 없으면 또 어떠랴
생에 첫걸음 내딛듯 그냥 올라 볼일이다
칼바람 스치는 등성이에서
붙박이로 살아낸 겨울나목 만나거든
어설피 눈길 주어 고행을 막지마라
애린 삶이 빚어낸 은빛 결실이거니
짐 진 길손 위한 소신공양이거니
생은 언제나 예행이 없었으니
오름길도 호기좋게 달음박 놓다가도
낭떠러지 만나 오금저린 일 한두 번인가
누군가 내미는 따뜻한 손 기다리다가도
푯말을 찾아 무지의 발걸음을 옮겨야만
길이 열리는 것을
주저앉지 말아야 길이 열리는 것을
돌아보지 말라
뜨겁게 안겨들 정상의 푯말을 생각하라
그리고 느껴보아라
헐거워진 등짐 훌쳐 메고
한 점 흐트러짐 없는 가난한 발걸음을
산 아래로
산 아래로 내려놓아야하는 이유를
(민주지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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