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라 휴휴암 쉬어가라 휴휴암 성갑숙 천근만근 짊어 지고 국토 동쪽 비탈을 오르다가 지친 발걸음 잡는 곳이 있었으니 강원도 양양 바닷가 휴휴암 불자들은 거북바위에 엎드려 천 가지 만 가지 소원을 앙망하는 가운데 주뼛 주뼛 등짐 부리지 못하는 중생을 측은지심 내려다보는 눈이 계셨으니 아!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조계산 보리밥집 조계산 보리밥집 / 성갑숙 장박골 홍골 접치골 굴맥이 사방 계곡을 따라 모여든 솔바람 쉼터 후후~ 장작불 지피던 주인장 손에 쭈구렁 양재기 철철 넘치는 막걸리 애벌레 토끼 고라니가 먹던 산나물 너풀너풀 한 소쿠리 보릿고개 넘듯 허기졌던 나의 삶도 고추장같이 매웁던 너의 삶도 두..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버스카페 버스 까페 / 성갑숙 비 오는 날 꼭 들러야 한다는 느티나무 가로수변 비닐 문짝 버스 까페 해삼 멍게 쭈꾸미 주물럭 인텔리 여주인 꼬불쳐 둔 과실주까지 소주잔이 와인잔으로 둔갑하는 순간 두두두두 천장에서 라이브가 시작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랫가락이 휘모리로 접어들면 말이..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세 든 사람아 세 든 사람아 성갑숙 번지도 울타리도 없는 집을 얻어 등짐을 부려놓고 하루 하루 맥 놓고 살던 심중에 불쑥 들어와 세 든 사람아 몇 달째 밀린 달세는 밤마다 창 밝힌 전기세는 언제 주려오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으로 가겠다면 어쩔 수 없다만 터질 듯 다시 뛰는 심장 모르는 척 하려오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스크랩] 30년만에 만난 * 30년만에 만난 동창생 글/ 성갑숙 길거리에서 수십 번 지나친 모습이다. 눈을 감자 목소리를 들려다오 옳다구나! 풀피리 소리 들린다 손을 다오 풀여치가 뛰는구나 강아지풀 요동하는구나 어서 가자 도랑가 버들개지 눈 틔우는 곳 허방지방 보낸 세월 되짚어 보리밭에 그 무섭던 문둥이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인연 인연 성갑숙 여름 오대산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홀연 발길 닿은 대종사 사리탑 정갈한 곳 노란나비 여린 나비 뜨거웠던 지난날 돌아간 듯 다정코도 한가로워 어깨에 멘 배낭 내려놓고 선택의 무게 욕심의 무게도 내려놓고 누구라도 님의 고매한 가르침 유린할 수 없음에 탑돌이하며 엮어..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