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바람, 잠재우지 못하는 순천왜성 /성갑숙

가마실 / 설인 2013. 3. 6. 18:39

 

바람, 잠재우지 못하는 순천왜성

낭송 / 성갑숙

 

 

보라

첩첩첩 둘러싸인 성곽 따라

바람은 바람과 부딪고

박힌 돌은 굴러온 돌과 이마를 부딪는구나

 

백제국 사신 따라 돛을 밀던 순풍아

파도에 살을 베었느냐

망망대해

사람이 고팠느냐

 

정유년 객을 들여

열두 문루 불 밝히고

무엇을 지키려느냐

신성리 바닷가 낮은 토담 돋워 놓고

무엇을 지켜주려 하였느냐

 

여기

허물어져간 천수각 주춧돌 아래

제 땅의 여문뼈를 괴고 앉아

침묵의 바다, 남해바다

남의 땅,

잠들지 못하고 끝없이 떠도는 비린바람

내어 몰 길 없어 서럽구나 

예교성이여! 망해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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