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노시인과 대추

가마실 / 설인 2016. 10. 26. 15:53

노시인과 대추 / 성갑숙


껍질이 조골조골한 대추를 폭폭 삶았다

고운 채에 거르고 거른, 진한 육즙 한 모금

마른 대추 껍질 손으로 쓴

노시인의 시맛이다

시가 이토록 달기까지 얼마나 고았을까

햇볕에 달빛에 별빛에

나무의 물관까지 졸이고 졸인

얇은 시집 속, 흑백 프로필사진은

겨우살이 준비하는 고목나무

그 끝을 잡고 밑동을 깨우는 대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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