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받은 붓꽃향기
-성갑숙
붓꽃, 여섯 꽃잎 중에는
곧추서지 못하고 옆으로 누운 잎도 있지요
그러나 함께 웃어야 꽃을 피웠다고 하지요
순천장애인자립센터, 붓꽃향기 머금은 전화를 받고
나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봄날 아지랑이 같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몽글몽글 그 무엇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고
그 분들은 시인 같은 말들을 쏟아놓았습니다
첫사랑을 앞에 둔 듯
무슨 말을 먼저 건네야할 지 몰라 머뭇거리다
오늘 강의를 또 마쳤습니다
붓꽃은 색깔도 다양해서
노랑 빨강 하양 하늘색이랑 자주색이랑 핑크빛으로
누구에게나 듬뿍 전할 줄 아는 그 재능을
도리어 기부 받고 말았습니다
옛날 대가들은 붓을 들어 줄줄줄 시를 쓴다지요
손에 붓을 들 수 없어도
붓꽃의 향기를 담아낼 줄 아는 사람들
그저 얻기 위해서는 그저 주어야한다며
멀쩡하다고들 하는 이들이 늘어지게 잠든 새벽에도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열고, 세상을 품고, 세상으로 향기를 전할 줄 아는
그 분들의 재능을
나는 내년에도 기부 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