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38

폐교

가마실 연가 21 - 폐 교 - 읍내로 향한 길 모퉁이 하얀 건물 두 동으로 개교한 초등학교 모든 길은 그곳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논밭의 곡식도 줄기를 떠날 때면 그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어제 낳은 가축의 걸음마도 그곳을 향하였다. 교실이 여섯동, 아홉동으로 늘어나면서 화장실 공포가 사라진다고 모두들 좋아했다 밑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나무토막을 촘촘히 엮어 만든 통나무집이 세멘바닥으로 단장하던 날 나는 몹시 앓았다. 예방주사를 맞기위해 줄 서다 긴장한 나머지 뛰어 들어간 통나무집은 공포에 질린 나를 감싸 안고 오래오래 다독여 주었다. 친구들의 훌쩍임을 싣고 보건소 차가 떠난 뒤 삐걱이는 문고리를 조심 풀어놓자, 세상에 혼자 된 듯 황량한 뒷뜰에는 병습한 바람이 일고 있었다. 그때 울타리 밑 화단 가..

참새의 변

가마실 연가 20 - 참새의 변 - 이 논빼미 저 논빼미 설렁설렁 지나치며 허위허위 살았어라 자식농사 제일이라는 울 아버지 밥그릇 쭉정이만 남겨놓고 비바람도 비켜가는 사방 유리곽에 안주하여 살았어도 내 비 밀의 마음 한 켠 선창들 품고 살았어라 내장이 뒤틀리도록 접대 술을 마신 날은 허위허위 허수아비 찾아 밤새 헤맸어라 뙈밭이라도 지녔을 때 돌아와야 농사꾼 된다며 허허 웃는 속 빈 친구 말 듣고 돌아왔어라

허수아비의 말

가마실 연가 19 - 허수아비의 말 - 속마음 보이지않는다 내팽개 칠 때 세상끝을 보았습니다. 부지깽이로 몽그라진 나를 논둑으로 가져간다고 반 세월 돌릴 수 있나요 일찍이 천석꾼은 낱알 모아 이루었다고 당신 주인 말 기억한다구요?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허깨비 말 쫓지말고 이제 참새떼 쫓으시겠다구요? 개똥 소똥 모아 땅심 돋우면 그런대로 마음 둘만 할 겁니다. 그러나 내 육신 성할 때 돌아와야 저 촐삭이는 참새떼 잠 재울 것 아닙니까 이제와서 어쩌란 말인가요 남새밭은 산집승이 차지하고 문전옥토는 설한풍도 지나갑니다. 돌부리에 채이는 씨종자 안고 허위허위 우으나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