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실연가 26
-아버지 숨소리
성갑숙
늦더위가 한풀 꺾인 그날 밤
훌쩍 유년의 뒷마당을 들어섰다
마당 가장자리 여전한 주엄자리
단내가 난다
어둠을 등에 업은 무성한 호박넝쿨 밑
작은 어깨가 달삭인다
사랑방 툇마루에 앉아
모기장도 내리지않은 방안에서
가느다란 숨소리 듣는다
-아부지 모기 무는데....
-모기는 내 몬 이긴다
꿈속에서 뜻밖의 여식을 만난듯
가죽만 남은 손을 허공에 젖더니
팔십 오년 째 맞은 여름잠에 드셨다
-그래요 한평생 뙤약볕에 단련된 아버지
누가 범하겠어요
친친 휘감은 호박넝쿨 아래
농번기에도 헐지 못한 두업자리
끊어질 듯 이어가는 숨소리
지난 여른 있었던 그날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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