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 437

헛개나무 아래서/ 성갑숙

헛개나무 아래서 / 성갑숙 가을과 겨울 사이 헛장을 넣으며 입마개를 한 듯, 말 수를 줄여가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씨앗을 먼저 내어 준 열매의 약성에 대하여 뿌리의 깊은 인술에 대하여 사람들의 분분함을 털어내려는지 여윈 가지를 허공을 젖는다 또 얼마간의 헛헛함을 그 쓸쓸함을 애 써 감추려는 시간 박새 한 무리 날아와 넓은 품을 파고든다 (전남예술제 시화. 전남문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