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영화마을에서

가마실 / 설인 2013. 2. 11. 11:20

 영화마을에서

 

영화마을에서/ 성갑숙

 

 

가을날 예향천리마실길 내려서며

치열했던 엑스트라의 삶을 편집한다

 

타들어가는 축령산 기슭을 배경삼아

짐조차 내던지고

썬라이트 받는 주인공 되어

울퉁불퉁 돌멩이길 툭툭 차며

해찰도 부려보고

굽이진 길 곧은 나무

한껏 품었다 밀었다 앙탈도 부려보고

누릴 수 있는 만큼

가질 수 있는 만큼

놓여날 수 있는 만큼

 

마을 초입 옹기 가득한집 굴뚝으로

어느 퇴역배우 한숨처럼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문득 걸음을 멈추어 돌아보니

농익은 가을 들판으로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