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 가마실 연가 34
성갑숙
서늘한 밤공기 뒤뜰 휘돌아 들면
새가슴 움켜쥐고 기침을 쏟았다
어둠 속에 웅크려있던 모과나무
높은 가지에서 투둑 떨어뜨린 실과
부엉이 놀라 울음을 멈추고
가쁜 숨소리 마저 잠재우던
알싸한 과육 향
모과나무처럼 뒤틀린 선택의 길목
그 진액이 꽈리에서 소멸되었는지
또 신열을 앓는다
어릴 적 모과나무 밑둥은 간데없고
봄이 와도 담홍색 꽃 피울 수 없다
터질 듯 부푸는 꽈리를 부둥켜안고
모과향을 맡아야 함께 잠드는 이를 찾아
밤마다 모과나무 밑을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