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실 연가 32
- 납골당
고향길 어귀 잡살고개 둔덕에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걱정없는 집 지어놓고
석양을 이불 삼아
잔디밭에 누우셨네
오는 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 없으니
누구라도 먼저 가면
편한 자리 차지한다고
주름진 고랑 넘어
서둘러 가신 님
올해같이도 더운 날
문종이 뜯어내고
모기장 바르시는지
가뭄에 논바닥 마를세라
집 앞 논두렁가 서성이며
여름잠 쫓으시는지
야속히 살던 자식 달려와
술잔 올리오니
보리밭에서 허리 편 듯 일어나
여윈 볼 모으며 목 축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