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생가

가마실 / 설인 2010. 8. 28. 23:02

(전남문학 원고)

 

생가

-가마실 연가 35


성갑숙



눈 감으면 한나절씩 다녀오는 곳


앞마당 살구나무

우물가 모과나무

뒤란 돌아 아름드리 은행나무

사랑채로 남새밭으로

헛간으로 헐레레 뛰어 들었지요


조막발소리 오금을 저리다

젖은 아랫도리 마르기까지

얼마를 졸았지요


설레발레 동무 찾아 행길로 뛰어나오니

아재네 밭둑에 오디가 

발그레 내려다보데요


해는 지고 달은 푸르고

바람은 탯자리를 넋 없이 떠돌아

이십리 읍내길 지쳐가야 듣던 교회당 종소리가

지난밤 귓전을 맴돌데요


장마철도 아닌데 토골짝 내리쏟던 도랑물이 들쳤는가

집터는 간데없고

벽돌 울타리 교회당이 들어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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