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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쑥부쟁이 /성갑숙 인적 드문 잡살고개 엉성한 밑가지를 지팡이 삼아 섰다 쑥부쟁이 멀리 가마실은 아득하고 가을, 이맘때면 출가한 자식들 왁자한 옛이야기 더불어 평소 좋아하시던 달달한 믹스커피 올해는 커피 맛이 쓰다 쓰다 하신다 살림 밑천 맏이는 동해로 서울로 아산병원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허방지방 다녀온 사이 고갯마루에는 어느덧 첫서리가 내리고 그렇게 정갈하던 꽃잎 하나둘 흩뿌리며 어서 내려가서 아프지 말고 잘 살아라 손 흔드신다 어머니

재능기부 시낭송 /서면 철쭉제

인연서설(문병란) / 필연예화 (성갑숙) 낭송: 장영숙 성갑숙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수평선 너머 아스라이 섬 하나 눈 감고 바라만 보았다네 손 뻗으면 뭍이 될까 몸부림치다 지친 날은 안개 일어 잠 들었다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꿈길을 끝없이 거닐다 때마침 내린 안개비를 무작정 맞았다네 보이지 않는 길 보여도 건너지 못할 길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부나비가 되고 싶어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젖은 날개를 펼 수 없어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