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시낭송 공연

재능기부 시낭송 /서면 철쭉제

가마실 / 설인 2022. 9. 8. 15:27

 

 

 

 

 

 

 

 

 

 

 

 

인연서설(문병란) / 필연예화 (성갑숙)

낭송: 장영숙 성갑숙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수평선 너머 아스라이 섬 하나

눈 감고 바라만 보았다네

손 뻗으면 뭍이 될까

몸부림치다 지친 날은 안개 일어 잠 들었다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꿈길을 끝없이 거닐다

때마침 내린 안개비를 무작정 맞았다네

보이지 않는 길

보여도 건너지 못할 길을 바라다

부나비가 되고 싶어

부나비가 되고 싶어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젖은 날개를 펼 수 없어

왔던 길을 돌려놓고

옷깃을 파고드는 냉기에

몸서리치며 떨어야 했다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가랑잎 지는 어느 날

저 안개 걷히고 지상의 물이 모두 말라

이슬만 먹어도 되는 그 날

긴 잠에서 깨어나 그렇게 아팠노라고

길이 없어 우리는 그렇게 아팠었노라고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 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