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쑥부쟁이

가마실 / 설인 2022. 10. 27. 09:17

쑥부쟁이 /성갑숙



인적 드문 잡살고개

엉성한 밑가지를 지팡이 삼아 섰다 쑥부쟁이



멀리 가마실은 아득하고

가을, 이맘때면

출가한 자식들 왁자한 옛이야기

더불어 평소 좋아하시던 달달한 믹스커피

올해는 커피 맛이 쓰다 쓰다 하신다



살림 밑천 맏이는 동해로 서울로 아산병원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허방지방 다녀온 사이



고갯마루에는 어느덧 첫서리가 내리고

그렇게 정갈하던 꽃잎

하나둘 흩뿌리며

어서 내려가서

아프지 말고 잘 살아라

손 흔드신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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