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갑숙 시인의 북 겔러리

설인 가난한 시골집 뜨락 지난밤부터 눈이 쌓였습니다 갑자기 그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날이 새자 동화나라 아이들 눈사람을 만들고 솔가지 눈썹 숯덩이 까만 눈 한 옹큼 보얀 귀를 붙여 하루 종일 소곤댔습니다 어둠이 내렸습니다 창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난로가 따뜻한 이야기 귀 기울일 때 마당..

태풍 갈매기 난다 수면이 요동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앙상한 바닥 반도 치맛자락 들추고 목마른 세월 거스르는 몸부림 감싸안는다 전선을 타고 연일 중부지방으로 장대비가 아슬히 이어진 연륙교를 넘실댄다 바람아 불어라 파도야 쳐라 겹겹이 다져진 지층을 뒤집어 잠자던 불씨를 지펴라 허기져 지..

인연 여름날 오대산 오솔길로 들어섰다 울창한 가로수 사이 대종사 사리탑 정갈히 모신 곳 노란나비 여린 나비 뜨거웠던 지난날 돌아간 듯 다정코도 한가롭다 어깨에 멘 배낭을 내려놓았다 선택의 무게 욕심의 무게 내려놓은 듯 가뿐하다 누구라도 님의 고매한 가르침 유린할 수 없음에 탑돌이하며 ..

망부석 아아 돌려주오 따뜻한 손 다정한 어깨 앞날을 예측 못해 대산 같은 슬픔도 아름답던 그 시절 그 아픈 세월 한 토막 부여안고 소금이 되었구나

( 현대문예 원고) 덕유산행 성갑숙 가을 초입 덕유산 자락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 갈참 굴참 나무 나무 나무 어슷비슷 어우러져 동색이다 날다람쥐 청설모 동색으로 하늘 오르니 가는 빗줄기 사이로 우의를 걸친 연인들 동동거리며 하산한다 고즈넉한 백련사 뜰 계단 위로 정갈한 삼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