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설인(雪人)

가마실 / 설인 2010. 9. 5. 10:11


설인


가난한 시골집 뜨락

지난밤부터 눈이 쌓였습니다

갑자기 그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날이 새자 동화나라 아이들

눈사람을 만들고

솔가지 눈썹 숯덩이 까만 눈

한 옹큼 보얀 귀를 붙여

하루 종일 소곤댔습니다


어둠이 내렸습니다

창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난로가 따뜻한 이야기

귀 기울일 때

마당가 쓸쓸히 잠을 청하는 바둑이를 보았습니다

흘러내린 숯덩이 눈꺼풀을 얼른 추켜올리며

바둑이를 불렀습니다


나는 한 때 강줄기를 따라 바다로 여행을 떠났단다

그 넓고 깊음이 얼마만한지 헤아릴 길 없었단다

나는 또 운이 좋아서 하늘로 올라갔었지

달도 별도 친구하며 날아다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이 땅을 밟게 되었단다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둑이는 턱을 고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밟자 밝은 햇살이 창문을 비추고

나는 또 아름다운 나라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흔적없이

텅 빈 뜨락에 망연자실 앉아 있을

동화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면 울대가 아려오지만

그 아이들 가슴속에 순수로 영원히 남고 싶은

나는 욕심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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