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
가난한 시골집 뜨락
지난밤부터 눈이 쌓였습니다
갑자기 그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날이 새자 동화나라 아이들
눈사람을 만들고
솔가지 눈썹 숯덩이 까만 눈
한 옹큼 보얀 귀를 붙여
하루 종일 소곤댔습니다
어둠이 내렸습니다
창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난로가 따뜻한 이야기
귀 기울일 때
마당가 쓸쓸히 잠을 청하는 바둑이를 보았습니다
흘러내린 숯덩이 눈꺼풀을 얼른 추켜올리며
바둑이를 불렀습니다
나는 한 때 강줄기를 따라 바다로 여행을 떠났단다
그 넓고 깊음이 얼마만한지 헤아릴 길 없었단다
나는 또 운이 좋아서 하늘로 올라갔었지
달도 별도 친구하며 날아다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이 땅을 밟게 되었단다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둑이는 턱을 고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밟자 밝은 햇살이 창문을 비추고
나는 또 아름다운 나라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흔적없이
텅 빈 뜨락에 망연자실 앉아 있을
동화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면 울대가 아려오지만
그 아이들 가슴속에 순수로 영원히 남고 싶은
나는 욕심쟁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