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갈매기 난다
수면이 요동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앙상한 바닥 반도
치맛자락 들추고
목마른 세월 거스르는 몸부림
감싸안는다
전선을 타고 연일
중부지방으로 장대비가
아슬히 이어진 연륙교를 넘실댄다
바람아 불어라 파도야 쳐라
겹겹이 다져진 지층을 뒤집어
잠자던 불씨를 지펴라
허기져 지친 날일수록
허물어진 제방을 쌓아
재단을 쌓고 기우제를 올려야지
첩첩산중 살면서도
해풍에 향이 바랜 담장 밑 오미자
결실의 계절 오기 전 설익은 과실 터트려
선홍빛 피를 뿌리리라
불씨여!
폭우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여
높이 쌓은 제단을 아낌없이 사르라
남김없이 사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