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향 만나는 시간 2 연차향 만나는 시간 Ⅱ 성갑숙 어둠이 내리는 창가 유리잔에 춤추는 모시나비 연차봉지 스무살 적 몸짓이다 선걸음에 전해주는 은밀한 연둣빛 사랑 깊이를 가늠 못해 머금고 눈 감는다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연차향 만나는 시간 연차향 만나는 시간 Ⅰ 성갑숙 점점 줄어드는 새벽잠 순리대로 내어놓고 옷깃을 여민다 끓여도 줄지 않는 그리움 찻잔에 채워 들고 지나쳐온 길이 너무 멀어 돌아가지 못하는 두려움과 또 하루 소음 속 외로움을 녹녹히 풀어본다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2.24
(동시) 할머니는 달라요 (동시) 할머니는 달라요 우리 할머니는 사진 속 할머니와 달라요 사진 속 할머니는 장미꽃 같아요 주름살 없는 볼이 볼록볼록하고요 발갛게 물들어 있어요 할머니는 자꾸 그때가 어제 같은데 하세요 어제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졸다가 이마가 쪼골쪼골 해진 친구처럼 할머니는 하루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2.10.09
당신, 기다리는 그곳 당신, 기다리는 그곳/ 성갑숙 녹음 짙은 날 한증막을 뚫고 효림원 숲을 향했다 그곳은 원래부터 산 중이라 당신은 삼복이 지나는 줄도 모른다 대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깎아지른 가풀막은 차를 멈춘다 쉬어가자. 눈앞에 보일 듯한 그곳 먼저 못 가 안달 말고 뒤 미는 차를 먼저 보내자 다시 시동을 걸어..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1.08.16
[시] 가렵다 가렵다/ 성갑숙 긁어줄 사람도 없는데 자꾸 가렵다 손톱을 세워도 시원치 않다 난장에서 산 고슬고슬한 고쟁이 입었다고 푸념 떨었더니 거울 보듯 들여다보던 여류가 수필같이 녹진한 로션을 건넨다 옴팍진 곳 새기면서 바르고 닮아가며 바르고 마른 생도 바르고 거친 생도 바르고 걸쭉한 농담조차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1.06.28
(기행시) 돌아앉은 암마이봉 암마이봉 성갑숙 하늘로 오르는 길 목전에 두고 돌아 앉았다 새벽마다 따슨 밥 지어 바치다가 하필 승천하는 날 더 부지런한 이웃 아낙 눈에 띄어 두 아이까지 내어주고도 마이동풍 마이동풍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1.05.27
[기행시] 쉬어가라 휴휴암 쉬어가라 휴휴암 / 성갑숙 천근만근 짊어 지고 국토 동쪽 비탈을 오르다가 지친 발걸음 잡는 곳이 있었으니 강원도 양양 바닷가 휴휴암 불자들은 거북바위에 엎드려 천 가지 만 가지 소원을 앙망하는 가운데 주뼛 주뼛 등짐 부리지 못하는 중생을 측은지심 내려다보는 눈이 계셨으니 아! 천수천안관세..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1.05.16
[시] 모악산 모악산 / 성갑숙 늘보리기 익는가 싶더니 그 품이 그리워서 앞가슴으로 파고들었어요 접은 날개 채근하는 대원사 모악당 풍경소리 움추린 쭉지마다 올망졸망 보따리 지워주며 등성이로 올려 보내시고 당신은 그냥 주저앉으십니다 끝도 없는 산행은 이어지고 793m 당신 굽은 등에 올라섰습니다 그제야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1.04.10
[시] 남한산성지기 되어 남한산성지기 되어 / 성갑숙 성곽 따라 누각 위로 때 아닌 황사바람 대국의 기침소린가 오금이 저리누나 입 막고 귀 막으나 애끓는 삼한의 노래 *하늘이 서리와 이슬을 내리시니 법을 배푸는구나 어화나 지화자 *십만 대군 호령소리 범 같고 곰 같아 의지하리로다 어화나 지화자 *도인이여 선비여 부인..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