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까페 버스까페 / 성갑숙 비가 오는 날 꼭 들러야 한다는 느티나무 가로수변 비닐 문짝 버스 까페 해삼 멍게 쭈꾸미 주물럭 인텔리 여주인 꼬불쳐 둔 과실주까지 소주잔이 와인잔으로 둔갑하는 순간 두두두두 천장에서 라이브가 시작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랫가락이 휘모리로 접어들면 말이 필요없다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9.05
피아골 고로쇠 피아골 고로쇠 성갑숙 지리산 연곡사로 재우쳐 오른 섬진의 봄처녀 가슴팍으로 차악 안겨드니 엉거주춤 선채로 허리춤을 끄른다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9.05
소유 소유 / 성갑숙 품이 큰 느티나무 아래 우연히 들여다 본 심정 그 맑기가 하늘빛 닮아 한 가슴 적셔보려다 파문 일어 정적 깰까 그냥 바라고 섰다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9.05
아가페 사랑 아가페 사랑 종종 오르던 산길에서 앞서 간 이의 옷자락을 놓치고 쓰잘데 없는 상념에 젖어 발걸음은 궤도를 벗어났다 길은 갈수록 좁아져 잡풀이 무릎을 할퀴어도 뇌를 장악한 열병은 그따위 상처에 연연하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듯 숨은 턱에 차고 지친 발을 멈춘 곳에 지천으로 뒹구는 충만한 열..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9.05
집으로 집으로 성갑숙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 또 돌아보아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저 거죽 한 벌이면 족한 것을 여나므살 시절에도 그랬고 스무살 시절에도 그랬다 원앙금침 안겨주던 날은 진짜 집으로 가는 거라더니 그 집도 내 집이 아니라 구름에 혹하였든 바람에 휘둘렸든 발길 닿는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9.05
우포늪 기행 ---우포늪 기행 / 성갑숙 떠났다 반평생 묻어둔 속 맘 내보일 수 없어 측량 못할 넓은 품 섶을 여미고 고른 숨을 쉰다 그제도 오늘도 늪으로 드는 길은 만인에게 열려있건만 팔순의 아버지 가래 짚어 허우적대던 손 간데 없다 오솔길에 뒹구는 말밤, 말밤 어머니 젖가슴 말라빠진 가시 잊혀짐이 침묵이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8.14
백률사, 아! 백률사 백률사, 아! 백률사! 글/성갑숙 이차돈의 목이 떨어졌다는 경주 백률사. 흰 피를 쏟았다는데..... 나는 검다 못해 숫검정이 된 피를 토하고 왔네 내 사랑하는 이의 발목에 족쇠를 채워두고 떠나왔네 세상은 불공평한 점이 너무 많아. 내 사랑하는 이의 견디기 힘든 세월 그 아픔. 선방 뜰, 때 이른 낙엽의 ..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8.14
[시] 와온 썰물 지고 와온 썰물 지고 성갑숙 잠시 머물렀다 떠난 자리 따라나서지 못한 목줄 버석인다 나그네는 그저 나그네일 뿐인 것을 달 가는 쪽으로 끌려간다는 먼 어느 시대 그 과학자 이야기로 섣불리 단언마라 먹물 머금은 빈 조가비 가슴팍 쓸어주느라 그러느냐 갯바람 따라 나서지 못한 발길 밀어주느라 그러느.. 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201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