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스크랩] 30년만에 만난 *

가마실 / 설인 2012. 12. 24. 21:52

    
    
    30년만에 만난 동창생 
    글/ 성갑숙
    길거리에서 수십 번 지나친 모습이다.
    눈을 감자 
    목소리를 들려다오
    옳다구나! 풀피리 소리 들린다
    손을 다오
    풀여치가 뛰는구나
    강아지풀 요동하는구나
    어서 가자
    도랑가 버들개지 눈 틔우는 곳
    허방지방 보낸 세월 되짚어
    보리밭에 그 무섭던 
    문둥이 만나러 가자
    발치에 채이던
    배추 뿌랭이 뽑아서
    이빨자국 내며 돌려 베어먹어 보자
    어허 이 친구야,
    내 아들이 네 딸이 
    그 시절 우리들보다 더 커버렸구나
    우리 아직도 뒷도랑가
    가재잡고 있는데
    물오른 버들가지 비틀어
    버들피리 불고 있는데
    오늘만이라도
    치렁치렁한 삶의 거적 
    양파껍질 벗기듯 벗어던지자 
    가장 여린 떡잎으로 마주앉아
    네 안에 나를 찾고
    내 안에 너를 찾아보자
    
      
      
        
        

              출처 : 왕지배드민턴클럽
              글쓴이 : 성갑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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