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만난 동창생
글/ 성갑숙
길거리에서 수십 번 지나친 모습이다.
눈을 감자
목소리를 들려다오
옳다구나! 풀피리 소리 들린다
손을 다오
풀여치가 뛰는구나
강아지풀 요동하는구나
어서 가자
도랑가 버들개지 눈 틔우는 곳
허방지방 보낸 세월 되짚어
보리밭에 그 무섭던
문둥이 만나러 가자
발치에 채이던
배추 뿌랭이 뽑아서
이빨자국 내며 돌려 베어먹어 보자
어허 이 친구야,
내 아들이 네 딸이
그 시절 우리들보다 더 커버렸구나
우리 아직도 뒷도랑가
가재잡고 있는데
물오른 버들가지 비틀어
버들피리 불고 있는데
오늘만이라도
치렁치렁한 삶의 거적
양파껍질 벗기듯 벗어던지자
가장 여린 떡잎으로 마주앉아
네 안에 나를 찾고
내 안에 너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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