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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상 아지매

청상 아지매 -가마실 연가 16 한 많고 탈 많은 아지매 집에 주인이 바뀐다 풀석풀석 얼룩진 벽지 벗겨내고 덕지 붙은 회가루 긁어대고 세기를 넘나들었을 쥐구멍으로 내다 본 세상은 온통 낮아진 것 뿐이다 이제 시멘트를 개어 치장을 한다 청상의 아지매 한 평생을 지우고 공납금 늦었다. 내지른 손자 주먹도 지우고 쥐약 놓는 날 동네 이장 외는 소리에 사시 떨던 쥐구멍도 지우고 언제나 우리 삽짝에 누렁소 몰고 쟁기 멘 남정네 찾아들랑가 서원하던 아지매 집에 씨알 굵은 누렁소 우굴우굴한다

문간귀신

문간귀신 -가마실 연가 22 감꽃을 주워 꿈을 엮던 가시내 과수원으로 시집갔지 척박하던 과수밭 석삼년을 일구어도 금줄에 홍고추는커녕 숯덩이도 못 엮었지 구박받아 소박들고 -어매야 날 좀 데려가소- -죽어서도 문간귀신 되거라- 감꽃 흐드러진 삽짝문 돌아설 때 -비루먹은 인간 만나 하늘은 보았더냐?- -하늘은 우찌보고 별은 우찌 따는고- 구로공단 빵공장에 취직해 볼려고 호적등본 떼러갔다가 천행인지 만행인지 혼인신고 없이 석삼년을 보냈더라 요즘 감꽃 줏던 숫가시내 얼굴 국화빵 닮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