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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말

가마실 연가 19 - 허수아비의 말 - 속마음 보이지않는다 내팽개 칠 때 세상끝을 보았습니다. 부지깽이로 몽그라진 나를 논둑으로 가져간다고 반 세월 돌릴 수 있나요 일찍이 천석꾼은 낱알 모아 이루었다고 당신 주인 말 기억한다구요?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허깨비 말 쫓지말고 이제 참새떼 쫓으시겠다구요? 개똥 소똥 모아 땅심 돋우면 그런대로 마음 둘만 할 겁니다. 그러나 내 육신 성할 때 돌아와야 저 촐삭이는 참새떼 잠 재울 것 아닙니까 이제와서 어쩌란 말인가요 남새밭은 산집승이 차지하고 문전옥토는 설한풍도 지나갑니다. 돌부리에 채이는 씨종자 안고 허위허위 우으나 봅시다.

호박잎쌈

호박잎쌈 -가마실 연가 10 허리 굽은 길 나서면 병이 도진다지. 된장국에 호박잎 쌈이 제일이란 말 그때는 몰랐어. 뉘네집 답벼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시궁도 똬리 틀면 안방 삼는 거친 것도 주름진 손 온기 스치면 보드란 쌈이 되는 것을. 뒤뜰 항아리 뚜껑 열어 반쯤 젖은 얼굴에 소금꽃같은 웃음을 띄워주면 침묵 속에서도 노랗게 우러나는 낮달 밥상 위에 얹어놓고 둥그러진 그림자가 문살에 비칠 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병이 도진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