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 아지매
-가마실 연가 16
한 많고 탈 많은 아지매 집에 주인이 바뀐다
풀석풀석 얼룩진 벽지 벗겨내고
덕지 붙은 회가루 긁어대고
세기를 넘나들었을 쥐구멍으로 내다 본
세상은 온통 낮아진 것 뿐이다
이제 시멘트를 개어 치장을 한다
청상의 아지매 한 평생을 지우고
공납금 늦었다. 내지른 손자 주먹도 지우고
쥐약 놓는 날 동네 이장 외는 소리에
사시 떨던 쥐구멍도 지우고
언제나 우리 삽짝에
누렁소 몰고 쟁기 멘 남정네 찾아들랑가
서원하던 아지매 집에
씨알 굵은 누렁소 우굴우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