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청상 아지매

가마실 / 설인 2010. 8. 15. 09:53

청상 아지매

-가마실 연가 16



한 많고 탈 많은 아지매 집에 주인이 바뀐다

 

풀석풀석 얼룩진 벽지 벗겨내고

덕지 붙은 회가루 긁어대고

세기를 넘나들었을 쥐구멍으로 내다 본

세상은 온통 낮아진 것 뿐이다

이제 시멘트를 개어 치장을 한다

청상의 아지매 한 평생을 지우고

공납금 늦었다. 내지른 손자 주먹도 지우고

쥐약 놓는 날 동네 이장 외는 소리에

사시 떨던 쥐구멍도 지우고


언제나 우리 삽짝에

누렁소 몰고 쟁기 멘 남정네 찾아들랑가

서원하던 아지매 집에

씨알 굵은 누렁소 우굴우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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