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쌈
-가마실 연가 10
허리 굽은 길 나서면 병이 도진다지.
된장국에 호박잎 쌈이 제일이란 말
그때는 몰랐어.
뉘네집 답벼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시궁도 똬리 틀면 안방 삼는 거친 것도
주름진 손 온기 스치면
보드란 쌈이 되는 것을.
뒤뜰 항아리 뚜껑 열어
반쯤 젖은 얼굴에
소금꽃같은 웃음을 띄워주면
침묵 속에서도
노랗게 우러나는 낮달
밥상 위에 얹어놓고
둥그러진 그림자가 문살에 비칠 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병이 도진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