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인과 대추 / 성갑숙
껍질이 조골조골한 대추를 폭폭 삶았다
고운 채에 거르고 거른, 진한 육즙 한 모금
마른 대추 껍질 손으로 쓴
노시인의 시맛이다
시가 이토록 달기까지 얼마나 고았을까
햇볕에 달빛에 별빛에
나무의 물관까지 졸이고 졸인
얇은 시집 속, 흑백 프로필사진은
겨우살이 준비하는 고목나무
그 끝을 잡고 밑동을 깨우는 대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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