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차시전 원고) 난과 차

가마실 / 설인 2016. 4. 11. 14:15

(보성차시전 원고)

 

난과 차/ 성갑숙

 

남쪽 창가에

연녹색 우러난 찻잔 들이대면

그대 수줍다

 

어디쯤서 시작해 볼까

통통배 한 척

가물가물 손 흔들며

떠나버린 이야기는 접어두고

 

벼랑 끝에 바람둥이 순정

고이 달래

보내주던 이야기 접어두고

 

이름 모를 그 곳에서

바스러질 듯한

입맞춤

단 한 번

혀끝으로 우러나는

쌉쓰레한 원죄

 

황홀한 그 자태

빛바랜 세상 한 자락 묻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