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느랭이골 느림보야

가마실 / 설인 2014. 6. 6. 15:55

 

느랭이골 느림보야/ 성갑숙 

 

 

솔바람 앞세우고 느랭이골 오르다

정거장에서 너를 만난다

이제 등짐을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너를 외면한 것은

오랜 기억 속, 그 길로 든 듯했기 때문이다 

 

오라버니는 이야기 오솔길에 쉴 의자 비워두고

애타게 기다리는데

어쩌자고 먼 길 돌아 빗장을 열지 못했는지 

 

물고기 정원 바위틈에

쉽게 뿌리내린 들꽃처럼

조금은 외로워하며 웃고 살지 못했는지 

 

구름 위, 햇살 고운 초원으로

야생마는 앞만 보고 달리지않아도

하늘공원에 이른다는 걸 왜 몰랐는지 

 

곧은 길 걷는 너는 돌이 되고

오솔길 걷는 나는 나무가 되리니

은하수길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 곳, 하늘 공원 오르면

나무여서 외로웠다고

돌이여서 몹시도 추웠다고

으스러지도록 부둥켜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행복한 것인지

잃어버린 시간만큼이나 알아가며 살고싶구나

 

20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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