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무학舞鶴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가마실 / 설인 2012. 3. 26. 15:27

 

무학舞鶴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성갑숙

 

 

                                                    

 1                                    

부뚜막에 소주병이 기운다                    

양 날개를 좌악 펼친 백학白鶴

날개짓을 시작한다

젊은 아버지 어깨 위로

푸른 산맥이 덩달아 춤을 춘다

은 날개는 접지 못했다

 

 

2

무학산舞鶴山 시루봉 넘어

등성이를 향해 마지막 힘을 모두었다

내 나이 적 아버지

그 잔등에 매달리 듯

학의 날개쭉지에 매달렸다

홍초단내가 난다

 

 

                                                                 

 

3

봄날 아버지는

집 앞 무논에서 한나절 만에 허리 펴고

무학소주 한 모금에 허기를 달래고 계셨다

기다리던 참은 안 오고

발목 접지른 여식이 담모롱이 기어나오자

침술 좋은 친구 김종원 그 분 찾아

언제 어디서나 옷섶에서 긴 침 뽑아들면

꺾인 날개도 바람을 타게 하던 그 분 찾아

깎아지른 산 중턱 대나무 우거진 집으로

맨발의 아버지 논두렁길 따라 날아 가셨다

 

 

4

뻐꾸기가 목청 가다듬으면서부터

아버지 잔등은 흙빛이었다

마을 이장일 보느라 읍내 출타하실 때

와이샤스가 구릿빛이었던지

읍내 사기꾼들 노름하자 발목 잡아

축 처졌던 아버지가

오르막길섶에 주저앉은 혼기 찬 여식 앞에서

백학의 날개를 좌악 펼쳤다

그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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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舞鶴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 성갑숙

 

부뚜막에 소주병이 기운다

백학白鶴은 날개를 펴고 수면을 가른다

젊은 아버지 어깨 위로

푸른 산맥이 춤을 춘다

은 날개를 접지 못했다

 

봄날 아버지는

집 앞 무논에서 한나절 만에 허리를 펴고

무학소주 한 모금 허기를 달래고 계셨다

기다리던 새참은 간데없고

발목 꺾인 여식 담모롱이 기어나오자

침술 좋은 그 분 찾아

언제 어디서나 옷섶에서 긴 침 뽑아들면

꺾인 날개도 바람을 타게 하던 그 분 찾아

맨발의 아버지

논두렁길 따라 날아가셨다

 

뻐꾸기가 목청을 가다듬으면서부터

아버지 잔등은 흙빛이었다

마을 일 보느라 읍내 출타하셨다가

노름꾼 좋아하는 구릿빛 와이셔츠

벗어주고 던져주고

축 처졌던 아버지가

오르막길섶 주저앉은 혼기 찬 여식 앞에

백학의 날개를 좌악 펼쳤다

그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내 나이 적 아버지 그 잔등이 그리운 날

무학산舞鶴山 시루봉 넘어

만날고개 향해 마지막 숨을 모두었다

서마지기 문전옥토 지키지 못한 여식이건만

달맞이고개 차오르는 이승의 바람 안고

훠얼 훠얼 날아오른 날개쭉지에는

홍초단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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