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묶어 둔 귀목나무 / 성갑숙
혼자였다
구례 오산 오름길 초입에서
등짐도 지팡이도
툴툴 털어 내려놓고
외롭잖니?
너덜겅 좁은 길
돌부리에 채이는 그림자
천불석탑 돌아돌아
한 뼘 계곡 걸고 지고
무슨 해찰 그리 많은 지
잡목 숲길 헤집어가며
엎어지고 자빠지고
허겁지검 당도한 곳
사성암 육칠계단
속세 묵은 마음
소원바위에 내려놓고
혼자였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내려다보며
무념무상 청정히 선 귀목나무
깎아지른 벼랑 끝에다
800년 그림자 묶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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