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기행시) 그림자 묶어 둔 귀목나무 / 구례 오산

가마실 / 설인 2012. 1. 1. 12:11

 

그림자 묶어 둔 귀목나무 / 성갑숙

 

 

 

혼자였다 

구례 오산 오름길 초입에서

등짐도 지팡이도

툴툴 털어 내려놓고

 

 

외롭잖니?

너덜겅 좁은 길

돌부리에 채이는 그림자

 

 

천불석탑 돌아돌아

한 뼘 계곡 걸고 지고

무슨 해찰 그리 많은 지

잡목 숲길 헤집어가며

엎어지고 자빠지고

허겁지검 당도한 곳

사성암 육칠계단 

속세 묵은 마음

소원바위에 내려놓고

 

혼자였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내려다보며

무념무상 청정히 선 귀목나무

깎아지른 벼랑 끝에다

800년 그림자 묶어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