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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누가 동화를 쓰는가?

가마실 / 설인 2011. 3. 20. 16:33

누가 동화를 쓰는가?
    강의 진행자 : 김문기 (hipen@naver.com)   

1. 어린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자

오랜 세월 이전부터 어린이들은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살이의 이치와 자기 나름의 꿈을 키우며 자라왔습니다. 할머니에게 듣고 어머니에게 듣고 그 이야기 속에서 꿈과 사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어린이들입니다.

요즘의 어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공부와 학원 공부에 바쁘기는 하지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은 여전합니다. 본능적으로 재미와 즐거움을 쫓고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니까요.

동화작가가 되려는 욕심에 앞서 내 집안의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전래 동화도 좋고 이솝우화나 안데르센 동화도 좋고 우리나라 창작동화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여러 동화책을 뒤적여볼 것입니다. 또 그러다 보면 마땅한 동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동화 창작의 처음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동화 창작은 일종의 사명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담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는 사명감이 강하게 일어야 원고지를 대하게 되니까요.

그럼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나요?

이야기가 있어야 동화가 있으니 만큼 우선 이야깃거리에 집착해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학교나 집 등 생활 주변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도 좋고 그냥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좋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어떤 이야기든 좋지만 그 이야기가 충분히 ‘그럴 듯한 이야기’ 라야 하고 ‘너무 과장한다거나 거짓되게 느껴지는 것’은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이야깃거리를 찾고 동화를 쓰기 위해서 알아야할 일반적 기준을 밝혀 보겠습니다.

  •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 혹은 그럴 듯한 일에 상상력을 부여하여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재미있게 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아울러 그 연결 고리를 자연스럽게 해야 합니다.
  • 명확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이것은 어린이 독자의 속성과 정신 연령을 감안한 것인데 명확하고 단순한 플롯이어야 그 이야기 속에 쉽게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 선과 악의 구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 등장인물이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아울러 하도록 하면 안 됩니다. 어린이 독자는 동화를 읽자마자 선한 것이 무엇이며 그에 따른 ‘내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니까요.
  • 소재를 모아 취사선택을 하여 이야기 줄거리를 빈틈없이 해야 합니다.
  • 등장인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나이, 모습, 성격, 환경, 살고 있는 때 등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력서인데, 설령 단편의 작품이라 해도 주인공의 이력서를 작성하고 그에 수긍이 가는 사고와 행동을 일으키게 해야 합니다.
  • 이야기 구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면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미있는가?’ ‘자연스러운가?’ ‘내용이 일목요연한가?’ 따위의 질문으로 인해 작품을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2. 어떤 말(주제, 메시지)을 전해줄까

주제를 초등학생 용어로는 ‘중심 생각’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혹은 동화에서 중심이 되는 생각은 무엇인가? 무슨 말을 전해줄까? 그 ‘무슨 말’이 바로 주제인데, 이는 충분한 탐구 과정이 있어야겠고 될 수 있으면 새롭고도 건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해야 합니다. 요즘 사회적 문젯거리인 ‘환경오염’ 이나 ‘도덕성 찾기’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거기서 참신한 주제를 얻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작가의 인생관이요 철학인 주제! 그것을 그대로 쓰게 되면 설교가 되고 논문이 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감동으로 느껴지게 만들면 소설이 되고 동화가 되는 것입니다.

주제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의 행동과 말, 사건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 생각에 따르고 공감을 불러일으켜지게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작가의 인격을 말하기도 합니다.

주제를 선택할 땐 그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표현해 주세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새롭고도 희망적인 것으로 해야 합니다.

혹시나 동화를 쓴다면서 주제가 모호하거나 치졸하거나 천박하게 느껴지게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행위적인 가르침이나 유행적인 구호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주제가 작품에 그대로 노출되어서도 안 됩니다.

결국,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자기 철학이 확고해야 합니다. 동화작가는 민족의 교사이기에 어린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3. 동화작가의 자질

동화는 문학의 한 장르입니다. 그래서인지 문학 지망생들은 지레 겁부터 먹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문학적 소질을 타고난 사람이거나 적어도 높은 학교에서 전문적 수련을 쌓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 선입견을 버리세요. 동화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올바른 관념 그리고 우리네 살아가는 여러 모습에 대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으면 족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네 선생님들, 어머니들, 삼촌과 이모들이면 충분합니다. 어린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어린이가 처한 문젯거리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동화 같은 이야기, 이야기 같은 동화를 쓸 수 있습니다.
 

어미 매가 둥지에서 아기들을 보살피고 있었어요. 오줌 싼 아기 씻겨 주랴, 배고픈 아기 밥 먹여 주랴, 졸린 아기 재워 주랴 참 힘들었지요. 그런데,
“어, 저 게 뭐야?”
저편 하늘에 풍선이 떠오르지 뭐예요.
“엄마, 저거 잡아 와!”
“엄마, 배고프단 말이야!”
아기들이 풍선을 쳐다보며 마구 졸랐어요.
그래서 어미 매는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참 이상하게 생겼네! 너도 새냐?”
그러나 풍선이 무슨 말을 하겠어요.
“너도 새냐고?”
풍선은 하늘로 오르기만 했어요.
“이 놈!”
화가 난 어미 매는 발톱을 세워 풍선을 힘껏 움켜쥐었는데, 글쎄,
펑-.
‘어?’
풍선은 터져 버렸고 어미 매는 어리둥절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나? 내가 꿈을 꾸었나?’
참 이상한 일을 겪은 어미 매는 한참 후에야 둥지로 날아왔어요. 그러자,
“엄마, 그 거 어디 감췄어?”
“엄마는 욕심쟁이야! 혼자 다 먹어 버렸네!”
아기들이 마구 울음을 터뜨렸어요.
‘얘들아, 그건 새가 아니더구나.’
어미 매는 차마 아기들에게 그 말을 하지 못했어요.
어미 매의 속마음도 모르는 아기들이 그저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떼를 쓰기만 하니,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지 뭐예요.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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