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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주인공과 배경

가마실 / 설인 2011. 3. 20. 16:32

주인공과 배경
    강의 진행자 : 김문기 (hipen@naver.com)    

어떤 문학 작품에서든 인물(성격)을 설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인물 설정에 실패한다면 작품 전체의 실패에 다름 아닌 것이, 어떤 배경도 사건도 구성도 문체도 그리고 작가의 메시지 역시 인물과 인물의 관계로부터 그 선택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주인공이든 악역이든 그 성격을 매력적으로 창조해야 하고 그것이 불특정 독자에게 나름의 호소력을 지녀야 합니다.

1. 동화에 적합한 주인공

반드시 어린이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화에서의 주인공 설정은, 어린이의 마음과 정서와 식견에 의해 걸러진 것이라야 하고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필요로 합니다.

  • 어린이의 정서에 따른 욕구, 동기, 특성에 충실해야 합니다.
  • 흥미 유발을 위해서, 유별난 성격도 아울러 지녀야 합니다.
  • 성격이나 행동이 명확해야 합니다.
  • 선의 승리, 정의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럼 최균희가 쓴 다음의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내 작은 가슴이 항상 팔딱거리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를 계속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려고 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내 몸뚱이 어딘가에 미운 털이 하나 콕 박혀 있는지, 아니면 이 야무진 입이 좀 아니꼬웠나 봐요.
나의 친척이 된다는 참새들도 마찬가지예요. 저희들끼리 한참 소곤소곤 종알대다가도 내가 가까이 가면 어느 사이 시치미를 뚝 떼고는 시끄럽다고만 하거든요.

――――― 최균희, 『아기 참새』 앞부분

동화의 도입부이며 등장인물의 성격이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인 아기 참새를 무척 똑똑하고 당돌하고 까불기도 하는 성격으로 설정했습니다. 이것은 요즘 어린이의 주된 특성을 감안한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의 일반적 성격으로는 무척 멋있거나 특이한 면이 있어야 하고 그 이미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글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동화로서의 재미와 유익함을 얻을 수 있고 이야기 전개를 원활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권영상이 쓴 다음 동화의 인물 설정 부분을 보겠습니다.

구둣가게라 하지만 고양이 혓바닥만 한 가게입니다. 허리를 세울 수 없을 만큼 낮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거기에 삽니다. 구두닦이 아저씨입니다.
나이가 오십이 넘은 분들 얘기로는 쥐라기 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구두를 닦은 지가 30년은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언제 보아도 초록색 챙이 달린 모자에 푸른 색 작업복 차림입니다.
이 마을에서 오래 사신 분들도 쥐라기 아저씨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저 공룡처럼 생겼다고 해 ‘쥐라기 아저씨’라고 부를 뿐입니다. 키가 작고 목이 긴 데 비해 엉덩이가 깊숙이 빠졌습니다. 물론 다리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짧은 편입니다. 누가 이런 이름을 붙여 주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쥐라기 아저씨네 가게를 들러 본 사람들만이 어렴풋이 알뿐입니다.
싸늘하게 추운 오후입니다.

――――― 권영상, 『쥐라기 아저씨와 구두』 앞부분

묘사로 인물을 보여주지 않고 설명식으로 일관한 글쓰기에 다소 불만이 없지 않지만, 어린이의 정서에 부합하고 좀 유별난 데가 있는 작중 주인공의 성격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 작품의 도입부를 살펴보세요. 가난하지만 정겹고 포근한 마을을 배경으로 설정했고, 뒤 이어 주인공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보여주면서, ‘싸늘하게 추운 오후입니다.’로 이어지는 사건 전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대 창작 동화의 모범적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물 설정의 세 가지 요소를 적어볼까 합니다.

  •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한 인물 (스토리 중심)
  • 주인공의 본모습과 그의 성장 과정을 탐색하기 위한 인물
  • 자연적 아름다움의 한 객체로서의 인물

동화를 쓸 때는 ‘어떤 유형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느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곧 작품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 작가의 메시지가 어떤 것이냐를 결정하는 단서입니다.

2. 의인화에 대해

동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의인화된 인물의 설정입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등을 의인화시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어린이다운 속성에서 나온 것인데, 다음 이유라가 쓴 작품을 보겠습니다.

한여름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숲 속의 모든 동물 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방학은 한 달이었습니다. 방학을 맞은 어린 동물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 동물들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숲 여기저기에 나붙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 이유라, 『음악회 대소동』 앞부분

또 배익천이 쓴 다음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먼 곳에서 보면 수반 위에 올려진 한 개의 수석 같은 섬,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섬이지만 가슴 한가운데는 허전한 것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데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그리움이었습니다.

――――― 배익천, 『섬이 되고 싶은 섬』 앞부분

숲속의 동물들이나 외로운 섬 그리고 논외의 작품들에서 흔히 보여지는 꽃, 나무, 구름, 천사, 도깨비 등의 자연물들 그리고 여러 종류의 관념들! 그것은 곧 세상의 모든 것을 의인화시켜 이해하려는 어린이다운 속성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로 인해 동화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고 그 판타지야말로 우리들이 늘 꾸어온 꿈속의 세계와 비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숲 속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또 외로운 섬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해도,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어린이의 속마음을 그렇게 차용한 것이고 동화에서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렇게 표현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의인화란,

  • 어린이의 일반적 정신 영역에 부합되고
  • 판타지를 무한대로 확장하며
  • 사물과 현상이 지닌 좋은 이치를 간편하게 찾아내고
  • 이야기와 그에 따른 관념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활용입니다.

결국, 의인화 역시 인간 중심의 논리에 의해 전개되며 그렇게 재미있는 동화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3. 동화의 배경

동화의 배경을 나타낼 땐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나 중심 생각에 어울리게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선 다음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 어느 산골짜기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참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는 나무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구해주었어요.
“할아버지, 참 고마워요. 혹시 무슨 소원이 있나요?”
“없단다.”
“말해 보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사슴의 말에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내 나이 칠십이 넘었는데 자식 하나 없구나. 그런 대로 이 세상 살았다지만 머지않아 죽을 텐데 자꾸 아들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잖니. 부질없는 생각이지.”
그런데 그로부터 할머니가 임신을 하게 됐어요.
“에구, 망측해라!”
칠십이 넘은 할머니는 너무나 부끄러워했지만 분명 임신을 한 거예요.
그리고 열 달 후에 옥동자를 낳았어요.

――――― 전래 동화, 『늙어서 낳은 옥동자』

옛날이야기는 대개 스토리 위주라서 시간과 공간의 설정을 ‘옛날 옛날에……’ 쯤으로 단순 명료하게 설정해 버립니다. 더 이상 배경 설정이 거추장스러우므로 즉시 이야기의 본질로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多分化되고 個別化된 사회적 환경입니다. 더욱이 어린이의 생활을 관찰해 보면 알겠지만 부모와 가정, 동네 골목과 놀이터, 그들이 갖고 있는 소도구며 식견 등이 천차만별입니다. 시대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른 어린이의 환경과 배경을 감안해 보십시오.

결국, 그 설정에 있어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고 회화적 묘사가 뒤따라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다른 문학 장르와는 달리 동화에서는 판타지적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 어느 정도 무시될 수도 있고 꼭 필요한 정도만 간략하게 써도 괜찮습니다.

이영호가 쓴 다음 동화의 배경 설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날씨 참 좋다!”
뜰 아래 내려서며 할머니가 감탄하셨다. 정말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였다.
이틀 후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이니 봄이 무르익을 때도 된 것이다. 곧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피어오르고 산마다 진달래가 활활 불타 듯 타오를 것이다.
성만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빨리 나와요. 엄마!”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성만이는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 이영호, 『큰아버지』 앞부분

이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의 배경은,

  • 대화글로 시작하고 있고
  • 봄 풍경이 살짝 펼쳐지고 있고
  • 삼월 삼짇날 이틀 전의 이야기이고
  • ‘날씨가 참 좋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성만이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엄마와 함께 어디를 가려는 상황과 그를 둘러싼 배경이 눈에 보이듯 합니다.

엄기원의 다음 작품을 더 보기로 하겠습니다.

단기 4335년!
즉 서기 2002년 10월, 짙어 가는 가을 어느 날이었다. 스위스의 알프스산보다도 97만 명이나 관광객이 더 몰려든 한국의 제일 관광지 금강산!
십이 폭 구룡연 둘레엔 수 백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부서지는 맑은 물줄기를 바라보며 쾌재를 올리고 있었다.
“오우, 원더플 코리아!”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파란 눈의 손님들은 아름다운 금강산의 모습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 엄기원, 『평양에서 온 친구들』 앞부분

위 내용은 장편동화의 첫 부분이고 작품의 배경을 다룬 부분입니다.

  • 2002년, 그러니까 미래의 이야기이고
  • 통일된 미래를 상상하며 썼고
  • 국내외 관광객이 금강산을 구경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위 내용을 6하 원칙대로 질문해 보세요. 그러면 배경 설정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작품은 필자가 쓴 동화 ‘우리들의 두루찌’의 앞 부분입니다. 주인공인 참새의 처지와 아울러 작품의 배경인 ‘시골 논둑’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논둑에 짚단을 하나씩 쌓았어요. 짚단을 높이 올리고 새끼줄로 꽁꽁 붙들어 맸어요. 짚더미가 바람에 흐트러지면 안되니까요. 할아버지는 일을 끝낸 후 큼직한 짚더미를 살펴보며 흐뭇해 했어요.
어디서인가 ‘푸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할아버지는 논바닥 이곳 저곳을 살펴 보았어요. 곧이어 날개에 상처를 입고 푸드득거리고 있는 참새를 발견했어요.
“불쌍한 녀석! 검정 매에게 쫓긴 모양이구나.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 이만한 게 다행이야.”
할아버지는 손으로 짚더미를 동그랗게 파헤쳤어요. 참새가 숨어지내기 좋게끔 짚더미 속을 다듬고는 거기에 참새를 놓았어요.
“며칠 있으면 상처가 아물 거야. 여기서 잘 지내거라. 쯔쯔. 불쌍한 것! 하기야 세상에는 적이 참 많단다. 조심하며 살거라. 무섭다 싶으면 얼른 도망치고 말야. 저 검정 매들은 특히 조심해야 돼.”
할아버지는 멀찌기 소나무숲 위를 날고 있는 검정 매들을 보고는 참새 둥지를 더 깊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안심이 되는 듯 집을 향해 걸어갔어요.
한참 후 참새는 밖으로 얼굴을 쏘옥 내밀고는 몸을 떨었어요.
‘정말 무서운 일이었어. 휴, 할아버지가 참 고마워. 이제부터는 이 둥지에서 살아야지.’
참새는 푹 쉬었어요.
며칠 동안 푹 쉬고 나니 참새 날개에 난 상처가 다 나았어요. 그래서 가늘고 고운 풀잎을 가져와 둥지를 부드럽게 꾸몄어요. 자기 깃털을 몇 개 뽑아 바닥에 깔았고요. 얼마 후 태어날 알들에게 따뜻함을 주어야하니까요.
참새는 둥지에 알을 낳았어요. 모두 일곱 개였어요.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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