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과 배경 | |
강의 진행자 : 김문기 (hipen@naver.com) | |
어떤 문학 작품에서든 인물(성격)을 설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인물 설정에 실패한다면 작품 전체의 실패에 다름 아닌 것이, 어떤 배경도 사건도 구성도 문체도 그리고 작가의 메시지 역시 인물과 인물의 관계로부터 그 선택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주인공이든 악역이든 그 성격을 매력적으로 창조해야 하고 그것이 불특정 독자에게 나름의 호소력을 지녀야 합니다. 1. 동화에 적합한 주인공 반드시 어린이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화에서의 주인공 설정은, 어린이의 마음과 정서와 식견에 의해 걸러진 것이라야 하고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럼 최균희가 쓴 다음의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내 작은 가슴이 항상 팔딱거리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를 계속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려고 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내 몸뚱이 어딘가에 미운 털이 하나 콕 박혀 있는지, 아니면 이 야무진 입이 좀 아니꼬웠나 봐요. ――――― 최균희, 『아기 참새』 앞부분 동화의 도입부이며 등장인물의 성격이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인 아기 참새를 무척 똑똑하고 당돌하고 까불기도 하는 성격으로 설정했습니다. 이것은 요즘 어린이의 주된 특성을 감안한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의 일반적 성격으로는 무척 멋있거나 특이한 면이 있어야 하고 그 이미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글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동화로서의 재미와 유익함을 얻을 수 있고 이야기 전개를 원활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권영상이 쓴 다음 동화의 인물 설정 부분을 보겠습니다. 구둣가게라 하지만 고양이 혓바닥만 한 가게입니다. 허리를 세울 수 없을 만큼 낮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거기에 삽니다. 구두닦이 아저씨입니다. ――――― 권영상, 『쥐라기 아저씨와 구두』 앞부분 묘사로 인물을 보여주지 않고 설명식으로 일관한 글쓰기에 다소 불만이 없지 않지만, 어린이의 정서에 부합하고 좀 유별난 데가 있는 작중 주인공의 성격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 작품의 도입부를 살펴보세요. 가난하지만 정겹고 포근한 마을을 배경으로 설정했고, 뒤 이어 주인공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보여주면서, ‘싸늘하게 추운 오후입니다.’로 이어지는 사건 전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대 창작 동화의 모범적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물 설정의 세 가지 요소를 적어볼까 합니다.
동화를 쓸 때는 ‘어떤 유형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느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곧 작품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 작가의 메시지가 어떤 것이냐를 결정하는 단서입니다. 2. 의인화에 대해 동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의인화된 인물의 설정입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등을 의인화시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어린이다운 속성에서 나온 것인데, 다음 이유라가 쓴 작품을 보겠습니다. 한여름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숲 속의 모든 동물 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방학은 한 달이었습니다. 방학을 맞은 어린 동물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 동물들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숲 여기저기에 나붙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 이유라, 『음악회 대소동』 앞부분 또 배익천이 쓴 다음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먼 곳에서 보면 수반 위에 올려진 한 개의 수석 같은 섬,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섬이지만 가슴 한가운데는 허전한 것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 배익천, 『섬이 되고 싶은 섬』 앞부분 숲속의 동물들이나 외로운 섬 그리고 논외의 작품들에서 흔히 보여지는 꽃, 나무, 구름, 천사, 도깨비 등의 자연물들 그리고 여러 종류의 관념들! 그것은 곧 세상의 모든 것을 의인화시켜 이해하려는 어린이다운 속성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로 인해 동화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고 그 판타지야말로 우리들이 늘 꾸어온 꿈속의 세계와 비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숲 속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또 외로운 섬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해도,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어린이의 속마음을 그렇게 차용한 것이고 동화에서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렇게 표현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의인화란,
결국, 의인화 역시 인간 중심의 논리에 의해 전개되며 그렇게 재미있는 동화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3. 동화의 배경 동화의 배경을 나타낼 땐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나 중심 생각에 어울리게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선 다음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 어느 산골짜기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 전래 동화, 『늙어서 낳은 옥동자』 옛날이야기는 대개 스토리 위주라서 시간과 공간의 설정을 ‘옛날 옛날에……’ 쯤으로 단순 명료하게 설정해 버립니다. 더 이상 배경 설정이 거추장스러우므로 즉시 이야기의 본질로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多分化되고 個別化된 사회적 환경입니다. 더욱이 어린이의 생활을 관찰해 보면 알겠지만 부모와 가정, 동네 골목과 놀이터, 그들이 갖고 있는 소도구며 식견 등이 천차만별입니다. 시대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른 어린이의 환경과 배경을 감안해 보십시오. 결국, 그 설정에 있어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고 회화적 묘사가 뒤따라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다른 문학 장르와는 달리 동화에서는 판타지적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 어느 정도 무시될 수도 있고 꼭 필요한 정도만 간략하게 써도 괜찮습니다. 이영호가 쓴 다음 동화의 배경 설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날씨 참 좋다!” ――――― 이영호, 『큰아버지』 앞부분 이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의 배경은,
주인공인 성만이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엄마와 함께 어디를 가려는 상황과 그를 둘러싼 배경이 눈에 보이듯 합니다. 엄기원의 다음 작품을 더 보기로 하겠습니다. 단기 4335년! ――――― 엄기원, 『평양에서 온 친구들』 앞부분 위 내용은 장편동화의 첫 부분이고 작품의 배경을 다룬 부분입니다.
위 내용을 6하 원칙대로 질문해 보세요. 그러면 배경 설정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작품은 필자가 쓴 동화 ‘우리들의 두루찌’의 앞 부분입니다. 주인공인 참새의 처지와 아울러 작품의 배경인 ‘시골 논둑’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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