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동화의 구성

동화에서의 구성

강의 진행자 : 김문기 (hipen@naver.com)

동화에서의 구성은 비록 희곡이 지니는 엄격성과 소설이 지니는 치열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하면서도 간결하게나마 지켜야할 필수 요소입니다. 때로는 다른 장르 이상의 진지한 이야기 전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간혹, 동화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미려고 들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쓰는 작가를 보게 됩니다. 문학적 본질에 무지함을 드러낸 꼴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고정관념을 떨쳐내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동화란 무엇일까요? 낱말 풀이로 알 수 있듯이 어린이와 이야기의 합성어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이고 어린이의 인생살이입니다. 그만큼 재미있어야 하고 그만큼 이야기 구성이 진지해야 어린이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밝힐 점은, 문학에 있어서의 기승전결 식 구성은 문학 해석적 편리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살이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1. 발단 발단은 작품의 첫 얼굴이자 실마리이기에 전체 작품의 성패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곳입니다. 등장인물과 배경과 문체를 드러내면서 작품 전체를 상징할 수 있는 이야기 혹은 에피소드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발단 부분에서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작품 전체에서 실패하고 맙니다. 그럼 다음의 작품을 읽어보세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 가운데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다. 이요한. 이것이 그분의 이름이다. 그 분은 이북이 고향이다. 이북에 가족을 두고 월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 가정을 꾸몄지만, 그 분은 여전히 독신이다. 주위 사람들이 어쩌다 혼자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회사와 공장이 가정이고 벽돌과 기왓장이 모두 자식인데 뭘?” 한다. 바로 벽돌 공장과 기와 공장을 가진 사장이기 때문이다. ―――― 강정규, 『뚫리는 길』 앞부분 문학 작품에서의 주인공치고 평이하고도 상식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위 동화 작품 첫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이요한’이라는 기독교식 이름과 이북이 고향이라는 점과 할아버지가 되도록 독신으로 살아왔다는 점 등이 참 유별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어린이 독자의 시선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지우야, 이리 와봐. 대머리 비둘기야. 죽었어.” 민수가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달려갔다. “뭐, 대머리 비둘기가?” “여기 봐. 대머리 비둘기 맞지?” 민수는 담벽 구석에 처박힌 채 죽어있는 비둘기 한 마리를 발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틀림없는 대머리 비둘기였다. ――――― 김학선, 『대머리 비둘기2』 앞부분 이 작품에서는 대뜸 대화체가 나올 뿐더러 사건 전개부터 시작하고 있기에 독자들은 긴장하게 됩니다. 또한 대머리 비둘기라는 좀 낯선 소재를 이용하고 있고 더욱이 평화의 상징이랄 수 있는 비둘기가 대머리라니! 참 유별난 방식입니다. 어린이 독자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럼 만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유명한 『인어공주』 디즈니 판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발단에서, 등장인물과 배경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에릭 왕자와 바다 속 궁전의 에리얼 공주가 주인공이고 먼 옛날의 바다가 주된 배경입니다. 먼 옛날의 평화로운 바다에 에릭 왕자가 항해하고 있다. 바다 속에서는 궁중 음악회가 열리는데 가장 기대했던 막내 에리얼 공주가 없다. 천진하고 장난기 많은 에리얼은 바닷가에서 이곳저곳 구경 다니기 바쁘다. 멀찍이서 에릭 왕자를 처음 보며 가슴 뭉클해지는 에리얼. 이런 식입니다. 원작에 있는 구구한 배경 설명을 제거했는데, 이것은 현대 어린이 독자의 조급해하는 마음을 충분히 감안한 발단이랄 수 있습니다. 그럼 발단 부분을 성공적으로 설정하는 몇 가지 요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간결해야 합니다. 인물과 배경 설정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좀 급하다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본 줄기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좀 특이하다거나 충격적인 내용을 앞 부분에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어린이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이 등장인물은 누구이며 대체 무슨 이야기지?’하는 호기심을 강하게 던져주어야 처음 부분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나 슬픔, 신기함, 놀라움, 동정 등의 정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하고 우의와 상징 수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작품 전편에 걸친 사항이지만, 가급적 설명과 서술을 배제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인물이든 배경이든 이야기든 언제나 묘사로 진행시켜야 합니다.   “넌 너무 작아.” 늙은 호랑이는 피묻은 뼈들이 흩어져 있는 초가집 마당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잡풀 속에서 얼굴을 쏘옥 내민 병아리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난 지금 배가 부른 걸. 쩝.” 호랑이는 이미 주인 없는 초가집을 덮쳐 개를 잡아먹었고 닭 세 마리를 잡아먹은 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닭들을 잡아먹을 때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무참히 깔려죽었는데, 이제 잡풀 속에서 빠져 나온 병아리 하나가 삐악거리는 것입니다. “너는 장차 우람한 닭으로 커야 한다. 쩝.” 배가 부른 호랑이는 코끝으로 병아리를 툭 쳐보고는 그냥 초가집을 나왔습니다.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 김문기 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의 발단 부분 2. 전개 이 전개 부분에서는 이미 기획한 대로 차례차례 이야기를 진행시키되 어린이 독자의 추리와 상상을 따돌릴 줄 알아야 합니다. 조금 읽으니 마무리 부분이 뻔하게 드러나게 된다면 실패입니다. 주제에 벗어나는 이야기로 빠져나가서도 안 됩니다. 등장인물끼리 계속 갈등을 일으키며, 재미를 주어야합니다. 이야기가 조금씩 애초에 설정했던 초점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어린이 독자의 호기심을 계속 증폭시켜 나가는 방법입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아무리 판타지 동화라 해도 내용 전개에 우발적 사건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건 하나하나가 개연적 논리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야기의 재미란 필연적 사건끼리의 연결 고리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고 그러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점점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기도록 이야기를 꾸며주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바다 속 임금님인 아빠의 속을 썩이며 육지를 그리워하는 에리얼. 마녀 우슬라의 꾐에 빠진다. 에릭 왕자를 멀찍이서 보고 짝사랑을 한다.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빠지는 에릭을 에리얼이 구해주지만 아직 에릭은 에리얼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사흘 동안 인간으로 변하게 해준다며 마녀 우슬라가 에리얼을 꾄다. 그에 에리얼은 사흘 안에 에릭 왕자와 키스하지 못하면 우슬라의 노예가 되는 것을 약속하고 벙어리 인간이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사냥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다시 초가집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허, 녀석! 아직도 삐악거리네!’ 호랑이는 병아리에게 다가가 입을 크게 벌려보았습니다. 더 크게 벌렸습니다. 그리다 하품을 하는 척 그냥 다물었습니다. “난 지금 배가 고프지만 너를 잡아먹어 봤자 아무 소용없을 거야.” 호랑이는 늙은 몸이라서 사냥을 나가기 힘겨운 터라 오늘은 초가집 마당에 길게 누웠습니다. 어쩌면 계속 그렇게 지내야 할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아리가 삐악거리며 다가오더니 호랑이 가슴으로 안겨오는 것입니다. “허, 녀석!” 병아리는 호랑이 가슴 털로 파고들며 간질였습니다. 그 고운 목소리로 삐악거렸습니다. 그러다 호랑이 콧수염을 물고는 잡아끌기도 했습니다. “난 네 엄마가 아니란다.” 호랑이는 얼른 일어나 산으로 달아나듯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떠난 게 아니었습니다. “크르랑~ 크랑~” 크게 외쳤습니다. 늑대나 너구리가 나타나 병아리를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며 초가집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둠이 내리자 호랑이는 초가집으로 다시 찾아와 마당에 누웠습니다. 천진하게 놀고 있는 병아리를 지켜보는 게 흐뭇했습니다. 다른 동물 같으면 호랑이 소리만 듣고도 달아나기 바쁜데, 그래서 언제나 외롭게 지내야 하는 처지인데, 그런 무서운 호랑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는 병아리가 너무 예쁘고 너무 귀여웠습니다. “편히 자거라.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호랑이는 낮이면 병아리를 등에 태우고 다녔고 밤이 되면 가슴털 깊숙이 병아리를 품어서 재웠습니다. 어느 날 호랑이는 배가 고픈 나머지 병아리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혀를 길게 내밀었습니다. “크랑~ 이 놈!” 정말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삐악거리던 병아리는 뜀을 뼝뼝 뛰더니만 호랑이 혀에 올라탔습니다. 아마 신나는 놀이터쯤으로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입을 벌리고 있던 호랑이는 그냥 삼켜 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잠시 참기로 했습니다. 침이 자꾸 흘러내렸지만 애써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호랑이 혀에서 놀고 있던 병아리가 오줌을 찍 싸고는 마당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어이쿠, 이놈!” 호랑이는 병아리 오줌으로 인해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우물 쭈물거렸습니다. 그렇다고 퉤 뱉어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짭잘한 오줌 맛이 참 역겨웠지만 그것이 한 순간에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습니다. 온몸이 병아리 오줌으로 가득찬 느낌이 들면서, 가슴이 흔들리면서, 머리가 찡 울리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진한 울음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호랑이는 끝내 병아리 오줌을 꿀꺽 삼키고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그리고는 병아리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얘야, 사실 네 부모는 내가 잡아먹었다. 정말이다. 내가 아주 못된 짓을 저질렀구나. 이를 어쩌냐! 흐흑흑.” 하지만 병아리는 그저 삐악거리며 놀기만 했습니다. 그 병아리를 지켜보던 호랑이는 참다못해 풀숲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캑캑거리며 뱃속에 든 그 무엇을 토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만 뻘겋게 달아오를 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호랑이는 병아리에게 힘없이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단다. 내 목숨을 내가 알지. 그래서 먼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 안식의 계곡에 내 몸을 뉘어야 하는데……. 네가 걱정이구나. 이 고통의 땅에서 너같이 연약한 목숨은 하루라도 살 수 없을 거야.” 사냥을 할 수 없어 오래도록 배를 쪼륵쪼륵 굶어온 늙은 호랑이는 일찍이 자기가 지배했던 산과 들을 굽어보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 김문기 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의 전개 부분 3. 절정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며 읽는 이의 가슴을 가장 많이 졸이게 합니다. ‘에릭과 에리얼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이 자꾸 들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부분입니다. 우슬라에 의해 벙어리가 된 에리얼이 간신히 에릭 왕자를 만나지만 사랑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다. 에릭은 마녀 우슬라가 만들어 놓은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등 좋지 않은 일만 자꾸 생긴다.   더욱이 연약한 병아리를 놔두고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야 하는데, 정말 그래야 하는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휴, 나는 가야한다.” 늙은 호랑이는 오늘도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던 중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병아리를 쳐다보았습니다. 몇 번이나 그랬습니다.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여우 떼가 보였습니다. 호랑이 숨결만 느껴도 달아나는 여우 떼지만, 이젠 멀찌기에 보이는 것입니다. 그들을 경계하던 호랑이는 천천히 걸어 초가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머뭇거리다 마당에 길게 누웠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만 간신히 뜬 채 말했습니다. “그래. 나는 이 고통의 땅에서 죽으마. 내 형체가 썩어문드러져 바람에 나부낄 때까지는 네가 안심해도 될 거야. 여우 떼도 그렇고 다른 어떤 동물들도 감이 호랑이 형체가 있는 곳엔 못 올 테니까. 그 동안에 너는 내 품에서 자라다오.” 그 말을 하고 나자 호랑이에겐 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자기 목숨마저 포기했을 때의 편안함인데, 코앞에서 삐악거리고 있는 병아리를 지그시 쳐다보는 게 더없는 기쁨이었습니다. - 김문기 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의 절정 부분 4. 결말 이 결말 부분에서는 결국 무슨 이야기인지,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끔 써야 합니다. 주제가 미심쩍게 느껴지면 안 됩니다.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결국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이것이었구나.’하고 무릎을 치도록 해야 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하는 이 결말 부분에서 주의할 점은, 독자를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훈적인 이야기는 이미 작품 전체에 걸쳐 철저히 용해되어 있어야지, 어린이 독자들이 아직 못 깨달았을까 봐 군더더기 교훈을 덧붙이는 태도는 안 됩니다. 동화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문학 작품입니다. 그러기에 자연스런 이야기 자체로 교훈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동화의 구성에서 결말이란,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중심 생각’이 드러나게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결말 부분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에리얼과 에릭이 힘을 합쳐 마녀 우슬라를 물리치고 바다의 평화를 되찾는다.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 물론 이것은 안데르센의 원작과 전혀 다릅니다. 안데르센 원작에는 인어공주가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되어 있고 바다의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애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디즈니 판에서는 억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아마도 만화 영화이기에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비극적인 이야기든 해피엔딩이든 상관없이 결말 부분에서는 완전한 해결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얼마 후 늙은 호랑이는 자기를 향해 개미와 진드기들이 몰려오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죽음의 긴 터널을 지나 언젠가 ‘꼬끼오!’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삐약삐약.” 이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병아리는 오늘도 호랑이 등에 올라타 천진하게 놀기만 했습니다. - 김문기 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의 결말 부분 5.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기 작품에 매달려 있을 때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성을 갖고 다시 읽어보면 결함이 발견됩니다. 고민입니다. 어느 누구든 완벽한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능력이 닿는 한 최상의 작품을 써야 합니다. 그래도 남들이 읽었을 땐 결함과 의문이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수차례 고쳐 쓰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이미 쓴 것을 묵혀둔다거나 아예 등지고 다른 작품에 매달려 보는 방식도 좋아요. 그러면 수시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고 스스로의 비판 능력도 생기니까요. 그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첨가해 보십시오. 자기 작품에 자기가 혹평하고 우울해하며 이미 쓴 작품을 내버리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차후 새로운 생각을 넣어 고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갈고 닦는 가운데 보석 같은 글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주된 흐름을 벗어난 군더더기 글이나 어려운 낱말 등을 과감히 삭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 역시 단순하고 간결한 방법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작가로부터 떠난다는 뜻이니 만큼 작품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시금 주인공과 악역의 이력서를 작성해 보세요. 물론, 집필 착수 단계에서도 필요합니다. 다 쓰고 나서 수정할 때도 필요하고요. 주인공과 악역의 이력서 작성은 등장인물의 성경이나 심리상태나 행위 등에 일관성을 주기 위한 것이고 그들이 겪게 되는 갈등과 대립의 해결점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떤 경우에도 작가가 작품 속 이야기에 개입해 들어간다거나 작가의 의견이나 견해를 말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공을 엄연한 인격체로 보아야 합니다. 주인공은 작가의 꼭두각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6. 창작 동화 작품에서 살펴보기 동화에서의 구성은 단순하고 간결하게 해야 한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판에 박힌 構成法보다는 어린이 독자의 예측을 따돌리며 그들의 흥미를 계속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작가의 기법 혹은 능력에 속하며, 스토리에 따라 문체와 리듬을 적절히 바꿔줄 수 있어야만 애초에 작심해둔 구성이 온전히 살아남는답니다. 다음으로 필자가 쓴 『신의 선물』이란 동화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발 단 초등학교 4학년생인 그가 어느 날 신을 만나 기도를 한다. 방학 숙제 좀 대신 해달라고. 그런데 놀랍게도 신은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는 참으로 전지전능한 신을 만난 것이다. 방학 숙제를 잘해서 학교에서 상도 받았다.   전 개 그는 고등학생 형들을 보고 부러워하다 자기도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고 기도한다. 어느새 그렇게 된다. 이번에는 결혼하고 싶다고 기도하자 그렇게 되고, 아기를 갖고 싶다고 기도하자 아기도 생기고……. 그에게는 욕심이 자꾸 생기는데, 그 때마다 신에게 기도를 하여 그 욕심을 이룬다. TV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여가수를 보고 자기 손녀딸도 당장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절 정 그는 전지전능한 신으로 인해 세상에 아무 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거울을 쳐다본다. 참으로 놀랄 일이, 자신이 너무나 늙은 노인이 되어있는 것이다. 누가 시간을 되돌려 놓으랴. 신 역시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 말 그가 지팡이에 간신히 의지해 밖으로 나오자 아직 초등학교 4학년생인 자기 친구들이 구슬치기를 하고 있다. 같이 놀자고 쫓아다니지만 누가 그를 친구로 알아보랴. 땅바닥에 쓰러져서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동화에서의 구성은 이렇게 ‘발단 ⇒ 전개 ⇒ 절정 ⇒ 결말’의 4단 짜임을 이루는데, 작품 내용에 따라 다소 다르게 설정해도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탄생한 작품만 좋다면 말입니다.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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