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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화의 판타지에 대하여

가마실 / 설인 2011. 3. 20. 16:31

동화의 판타지에 대하여
    강의 진행자 : 김문기 (hipen@naver.com)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공상의 세계가 있는데,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을 ‘동화의 세계’라고 합니다. 그만큼 동화는 판타지 요소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판타지란 공상의 세계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려내는 것을 말합니다. 시가 지니는 환상의 세계를 이야기로 담아낼 뿐만 아니라 자연과 초자연,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우리가 꿈꾸는 몽상적 인식을 합리화시키는 글쓰기가 바로 판타지입니다.

아울러 밝힐 점은, 판타지를 가장 용이하게 담을 수 있는 그릇이자 가장 극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동화입니다.

판타지의 활용은 동화 창작의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는 어린이의 정신세계를 활짝 열어주고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면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고 창조적 삶의 태도를 갖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역사를 효과적으로 깨우쳐 주는 아주 뛰어난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타지가 아무리 꿈과 이상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그려내는 기발한 글쓰기라 할지라도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인식마저 무시하며 구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예문을 들어가며 판타지의 올바른 활용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 나비가 떨어지는 낙엽을 타고 머나 먼 강까지 날아갔다.
  • 조약돌을 던지니 그 조약돌이 새 둥지에 떨어져 새가 자기 알인 줄 알고 품게 되었다.
  • 높은 산의 나무가 저수지를 그리워하는 것을 알고 저수지가 공중으로 날아 올라갔다.
  • 도깨비 왕초가 염라대왕을 잡아왔다.
  • 바닷가에서 신기한 보석이 발견되자 그 나라 사람들 모두가 그곳으로 몰려갔다.

자유가 있으면 그에 책임도 따르는 법입니다. 아무리 꿈과 이상의 세계를 눈에 보일 듯 가공해낸다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절제와 개연적 이치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낙엽이 멀리 날아가 보았자 그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먼 강까지는 못 날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새가 아무리 멍청하다 해도 새알과 조약돌을 구분 짓지 못할까요? 그리고 저수지란 물이 담겨있는 곳이기에 언제나 지평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저수지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는 무리입니다. 그리고 도깨비는 사람과 비견될 정도의 존재이고 염라대왕은 죽음의 세계를 통치하는 존재인데, 어떻게 도깨비 정도가 염라대왕을 잡아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보석이 좋다지만 그 나라의 모든 사람이 그 바닷가로 몰려갈 수 있을까요?

이런 류의 이야기 진행이 바로 판타지를 잘못 사용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경우를 보세요.

  • 돼지가 돌을 쥐고 있다가 멀리 던졌다.
  • 오리가 무도회장에 가서 예의 바르게 인사도 하고 춤을 아주 멋있게 추었다.

돼지의 발은 두 개의 굽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앞발을 손으로 치부한다 해도 조막손밖에 되지 못합니다. 그 돼지 조막손으로 돌을 집어 던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동물 설정 자체에 억지와 무리가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리는 뒤뚱거리는 엉덩이가 상징화되어 있습니다. 그런 오리를 등장시켜 신사 숙녀처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멋있게 춤을 추웠다는 이야기 역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인식을 무시한 채, 사고의 합리적인 흐름도 확보하지 않은 채 판타지를 구사하는 것은 실상 판타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억지 상황을 주장하는 일이며 세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판타지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것으로는 『바리공주』 『창세』 『사마장자와 우마장자』 『세경 할머니』등 우리의 무속 설화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중 『바리공주』의 줄거리를 점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오랜 옛날에 젊은 임금님이 있었고 혼례를 치르고 싶어 한다.
  2. 점쟁이가 하는 말이, 올해 왕비를 맞으면 딸을 일곱이나 낳을 것이요 만약 내년에 왕비를 맞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라 한다.
  3. 임금님은 점쟁이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혼례를 치른다.
  4. 왕비가 딸을 연년생으로 일곱이나 낳는다.
  5. 임금님은 화가 나서 일곱째 딸 ‘바리공주’를 바다에 버린다.
  6. 석가세존의 도움으로 바리공주는 살아나고 산골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져 길러진다.
  7. 임금님과 왕비가 큰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이 된다.
  8. 저승사자가 와서 하는 말이, 바리공주를 찾아 삼신산에 있는 약수와 약초를 구해 먹으면 치료가 된다고 말해준다.
  9. 신하들이 천신만고 끝에 바리공주를 찾아내고 부모 자식간에 상봉한다.
  10. 바리공주는 삼신산의 약수와 약초를 찾으러 떠난다.
  11. 바리공주는 그 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며 때로는 석가세존의 도움을 받고 때로는 악마의 시련을 고스란히 당하며 삼신산으로 향한다.
  12. 바리공주는 저승길의 모든 이치와 영욕을 하나하나 깨닫게 되고 결국 약수와 약초를 구해온다.
  13. 임금님과 왕비는 이미 죽어 저승길을 향하고 있는데 바리공주가 찾아와서 살려낸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지상과 하늘을 넘나들고 석가세존이니 악마가 등장하고 신기한 약초와 약수가 등장하며 독자들의 상상의 세계를 무한대로 확장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재미와 스릴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판타지의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 박종국 수필가의 일상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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