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회갑에 즈음하여
성갑숙
이 땅에 전운이 감돌고
동 틀 무렵 평온하던 호수에 돌풍이 일었지요
해다미 숙소 난간 부여잡고
한 세월을 짚어보는 그 모습 꿋꿋했어요
중간 중간 허리 굽힐 일 왜 없었겠어요
동기간 시샘으로 애간장 삭인 일
명치끝이 먹먹하도록 어처구니없던 일잠 설치며 혹독한 두려움 견디어 낸 일
혼자 있게 말라며 대문 밖으로 드나들 때마다
정자나무에 치성 드린 일
간절한 염원이 부서져 가슴 친 일
어쩌다 흥에 겨워 아우성 친 일
원컨대 그 모든 일 두루두루 휘말아
육십년 생일 아침 다시 부는 돌풍과 더불어
화왕산 등성이로 날려버리소서
사계절 따가운 볕에 고운 얼굴 내주었지만
함박산 함박꽃 같은 웃음 항상 머금고 사소서
까마득한 날,
가마실 처녀들 행렬 속에서 먹었던 그 약수
동화 속 젊어지는 물 되어
영원히 그 시절 멈추어 살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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