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을 오르다가 / 성갑숙
백운동 지구 산으로 가는 찻집
숨 가쁘게 달려온 시월이 잠시 머물러
덩달아 행보를 늦추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
만물상으로 드는 가파른 길 마다하고
백운교 출렁다리 춤사위
난간 마다 뻗어오는 꽃물 든 손길
옛 가야의 시조들이 굽어보는 백운암 절터에서는
가난한 불자들의 치성 다독여 보고
서성재 삼거리에 올라 아린 무릎을 쉬게 하자
내게 주어진 길은 아직 오르막길
오늘 상왕봉을 밟지 못하면 어떠하리
산허리에서
천년을 하루 같이 초연히 살아 낼
이름모를 나목을 벗하여
싸가지고 간 점심보따리 풀어 놓고
혹, 가야의 정령들과 교감하게 되면
모주 흔들어 얼른 대접하고 물어보자
쉼 없이 치닫던 오름길에 대하여
또 되짚어 내려섬에 대하여도
도량의 길은 어디로 통하는지
어느 길이든 다 마찬가지라 해도 실망하지 말자
오늘 내가 예까지 오름만도 가슴 벅찰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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