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시] 수덕사에 바친 청춘

가마실 / 설인 2010. 9. 22. 21:21

 

수덕사에 바친 청춘 /  성갑숙

 

 

그랬다

여자이기에 청춘도 내 것이 아니었다

세기 묵은 바람에 등 밀려들어선 수덕사

배흘림기둥 부여잡고 된바람 비켜가기를 소망했다

도피라 해도 지워주는 운명은 벗고 싶어

나를 에울 돌담이 몇 겹이라도 문제되지 않았다

 

여자여! 여자여!

그대 태울 청춘 그 가치는 누가 부여하는가

대답이 없다

나는 돌담을 끼고 돌아 내려왔다


그리고 25년 세월

걸친 껍데기 그마저 버거워 던져두고

다시 찾아든 수덕사

더욱 견고히 증축된 돌담 올려다보며

망연자실했다

내 청춘 맡겨두고 떠났던 견성암 입구

‘이곳은 특별정진 수도도량이오니 조용히 다녀가십시오’


그렇다

나는 또 다녀가야 한다

이제 바칠 청춘도 없으니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

법당 2층 창 안으로 설핏 한 줄기 불빛

아직 타고 있는 내 청춘 한 자락이려니

정진을 거듭하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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