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뒷골목

가마실 / 설인 2010. 9. 22. 10:18

뒷골목

 

성갑숙

 


세수할 필요도 없는 날

그렇다고 혼자 뒹굴지도 못하는 날

모자를 눌러 쓰고 들어선다


네거리 불빛 변두리로 밀려나

나도 나를 느끼지 못하는 적막 속

흠칫 다가서는 인기척


길바닥도 담벼락도 나무도

지친 듯 스친 옷깃도

무채색이다

비로소 사람 냄새를 맡는다


골목은 곧 끄트머리를 보이고

고속으로 다가서는 가로등에 눈은 멀어가고

돌아서도 보지 못할 뒷길을 등지고

자꾸 헛발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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