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성갑숙
세수할 필요도 없는 날
그렇다고 혼자 뒹굴지도 못하는 날
모자를 눌러 쓰고 들어선다
네거리 불빛 변두리로 밀려나
나도 나를 느끼지 못하는 적막 속
흠칫 다가서는 인기척
길바닥도 담벼락도 나무도
지친 듯 스친 옷깃도
무채색이다
비로소 사람 냄새를 맡는다
골목은 곧 끄트머리를 보이고
고속으로 다가서는 가로등에 눈은 멀어가고
돌아서도 보지 못할 뒷길을 등지고
자꾸 헛발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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