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에 바친 청춘 / 성갑숙
그랬다
여자이기에 청춘도 내 것이 아니었다
세기 묵은 바람에 등 밀려들어선 수덕사
배흘림기둥 부여잡고 된바람 비켜가기를 소망했다
도피라 해도 지워주는 운명은 벗고 싶어
나를 에울 돌담이 몇 겹이라도 문제되지 않았다
여자여! 여자여!
그대 태울 청춘 그 가치는 누가 부여하는가
대답이 없다
나는 돌담을 끼고 돌아 내려왔다
그리고 25년 세월
걸친 껍데기 그마저 버거워 던져두고
다시 찾아든 수덕사
더욱 견고히 증축된 돌담 올려다보며
망연자실했다
내 청춘 맡겨두고 떠났던 견성암 입구
‘이곳은 특별정진 수도도량이오니 조용히 다녀가십시오’
그렇다
나는 또 다녀가야 한다
이제 바칠 청춘도 없으니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
법당 2층 창 안으로 설핏 한 줄기 불빛
아직 타고 있는 내 청춘 한 자락이려니
정진을 거듭하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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