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연작)

모깃불

가마실 / 설인 2010. 8. 28. 23:03

모깃불

-가마실 연가 37


할머니 어머니 멍석 펴고 마주 앉아

낮에 꺾어 논 옥수수 껍질을 벗긴다


삼복에 날개 단 모기 떼

물오른 막둥이 종아리를 탐하고

모시 등지게 걸친 아버지

삽짝문 밖에 늘어 말린 다북쑥

아름 안고 들어온다


객지 나간 오라버니 취직이야기 더불어

마당 가 세발솥에서 알알이 익어가는 옥수수

구수한 포만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등을 깔고 눕는다

오늘밤 찾아갈 새 별은 찜이 먼저다


어둠 속에서도 고루고루 잘 퍼지는

쌉쓰러한 매운 연기

머갱이 까랭이도 수풀 속으로 날개 접는 밤

호랑이가 업어 가도 모르는 단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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