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로書로 공부방/제2시집 수록

우포늪 기행

가마실 / 설인 2010. 8. 14. 14:10


---우포늪 기행 / 성갑숙



떠났다

반평생 묻어둔 속 맘

내보일 수 없어


측량 못할 넓은 품

섶을 여미고

고른 숨을 쉰다


그제도 오늘도

늪으로 드는 길은

만인에게 열려있건만


팔순의 아버지

가래 짚어 허우적대던 손

간데 없다


오솔길에 뒹구는 말밤, 말밤

어머니 젖가슴

말라빠진 가시


잊혀짐이 

침묵이 

두려워 달려가건만


우주를 움직이는 자궁 속

들여다보지 못하고

나는 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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