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笑곳 이야기/운문(신작)

(시) 약산으로 초대

가마실 / 설인 2016. 4. 2. 15:47





약산으로 초대

/ 성갑숙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파리한 진달래꽃잎이

세상을 향해 여린 미소 보내던 날

기별이 왔다

 

새벽길 찬서리 맞으며 임지로 떠났던 그가,

책임과 의무를 짊어진 고단한 발걸음을

진달래동산으로 옮겨놓던 그가,

여린 꽃잎 사이 봄 햇살 스미는 것을 보았으리

 

약초 같았던, 쓰지만 약이 되었던 지난날들은

망봉 오르는 오솔길에 고스란히 내려놓고

남은 봄날, 보석 같아

길섶에 흩어지는 햇살 한 줌까지도 소중했으리

 

초대 받기 위해

단장하고 기다린 세월만큼

약산의 봄을 품어보리라

 

진달래꽃 바람에 날리우고

실가지 끝으로 새순 터오면

푸르게 푸르게 그의 숲을 가꾸어 보리라